“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환한 달이 떠오르고 /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중에서〉



며칠 전, 한가윗날 하늘 높이 떠오른 보름달은 유난히도 동그랗고 환했다. 누구라도 가던 길 멈춰 서서, 누군가와 달빛 통화를 하거나, 무엇인가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하고 싶어졌을 만큼 온 밤이 은은했다. 만월은 닿을 수 없이 높은 곳에서 우리를 비춰주기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인에게 소망과 동경, 그리움과 애상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작가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어서 동서고금의 수많은 예술가들이 달을 예찬해왔다. 국내 추상미술의 역사라 할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에게 ‘달빛 사랑’은 애틋한 노스탤지어였다.

수화는 신안 안좌도에서 태어나 일본유학, 서울대 · 홍익대 교수, 파리 체류 그리고 뉴욕 정착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기’를 반복했던 현대적 유목민이었다. 미술의 본고장 파리와 뉴욕에서 거센 외래문화와 맞닥뜨릴수록 수화는 자신만의 양식을 인식하려 했고, 그로 인해 ‘동양 사람의 그림, 한국 사람의 그림’을 더욱 모색하고자 했다. 달항아리, 청자, 과반 등의 전통기물과 한국 자연 풍경을 작품의 주제로 탐구하게 된 이유다.

지난 1970년 그가 쓴 글을 보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절절했는지 헤아릴 수 있다.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산월’(山月·1959년)은 푸르스름한 공간에 그려진 산과 달이 한 화면에서 사실성과 추상성의 공존으로 어우러진다. 다색 띠를 두른 달에는 수화가 일생을 통해 그리워했던 고향의 하늘과 두고 온 인연들의 모습이 어리어 있는 듯하다.

세상의 심성이 거칠어질수록 ‘고향’의 의미와 심상은 더욱, 못내 그리워지는 것인가.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