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누그러든다는 처서(處暑)가 지나면서 엊그제까지 무더웠던 햇볕이 자취를 감췄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벌써 가을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가을은 울긋불긋 단풍과 흐르는 땀을 식혀줄 시원한 바람이 매력적인 계절이다. 때문에 가을이면 전국 유명산은 설레는 가슴을 안고 산을 오르는 등산 마니아들로 북적이다. 그만큼 가을산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의욕만 앞서고 준비가 되지 않은 산행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산행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대한산악연맹 광주시연맹(회장 최경주)이 최근 발행한 ‘친환경 등산교실’과 함께 가을철 안전한 산행에 대해 알아보자.

◇가을철 산행 이렇게 준비하자

가을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변화가 심하고 때늦은 태풍과 가을 장마로 인한 조냉현상으로 기후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계절이다. 일몰시간이 빠르고 해가 지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므로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가을은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간혹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서리가 내리거나 때 이른 눈이 쏟아지기도 한다. 따라서 더위가 가시지 않은 9월이라고 해도 반드시 보온의류를 준비해야 한다. 늦가을의 경우엔 보온장갑과 방한모 등을 챙겨 초겨울 산행채비를 하는 것이 좋다.

또 강풍이나 눈, 서리 등이 내릴 것에 대비해 방수·방풍의를 준비하고 옷이 젖었을 때 갈아입을 수 있는 여벌의 옷도 준비해야 한다. 낙엽이 쌓이면 길을 잃기 쉬우므로 지도를 지참하고 해가 짧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당일산행이라도 반드시 랜턴을 준비해야 안전하다.

또 절기가 추분을 지나면 낮의 길이가 급격히 짧아진다. 따라서 산행을 계획할 때에는 되도록 이른 시간에 출발하고 하산은 어둡기 전에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을철에 발생한 산악사고 통계를 보면 짧아진 일조시간으로 인한 조난이 다른 계절에 비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악사고 예방법과 대처법

산악사고와 조난은 폭우, 태풍, 벼락, 폭설과 눈사태 등의 자연적 위험 요소와 방심과 부주의, 경험·기술·정보 부족 등 인위적 위험 요소로 인해 발생한다. 자연적 위험은 대처하기 쉽지 않아도 인위적 요소에 의한 사고는 미리 준비하고, 충분히 훈련하고, 신중하게 대처한다면 피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등산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자신과 동료의 체력과 경험을 고려해 대상지를 선정해야 한다. 또 일정을 잡을 때는 계절이나 날씨를 고려해야 한다. 일출이나 일몰 시각을 생각해 산행시작과 종료시점을 생각해야 한다. 팀 단위로 산행을 하는 경우에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팀원 개개인의 능력을 파악하고 서로 역할분담과 협동심을 갖춰 등산을 해야 한다.

등산 도중 사고가 나면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대처해야만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더라도 ‘나는 안전한가?’를 스스로 되물어 보고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내가 다른 사람들을 도울 능력이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런 다음 사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다. 부상 정도와 응급처치 방법, 구조와 이송방법, 가지고 있는 장비와 먹을 것, 하산길과 거리, 시간, 체력 등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검토해서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을 정한다.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아는 곳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그리고 혼자 조난됐을 때는 여건을 고려해 날이 어둡거나 체력이 떨어졌다면 그 자리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산에 갈 때는 가벼운 등산이라도 가족이나 소속 산악회 등에 산행 계획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