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무효 기준 적정한가
2010년 06월 14일(월) 00:00 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6·2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에 대한 공소시효기간은 오는 12월 1일까지이다. 일반형사범의 공소시효기간이 최소 1년인 것에 비해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기간이 짧은 것은 선거사범을 조속히 처리해 선거로 인한 정국의 불안정 상태를 신속히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선인 등 이해관계인의 조속한 법적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도 담고 있다.
공소가 제기되면 1심 재판은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선고하도록 돼 있고 피고인이 재판에 불출석하면 궐석재판을 할 수도 있다. 이 역시 당사자의 고의적인 불출석 등으로 선거범죄의 재판을 지연시켜 재판기간 동안 임기를 채우려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죄에 대해 형벌을 가하는 것 이외에 당선을 무효로 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아울러 일정 기간 공무담임을 제한하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그 적정성에 의문이 드는 부분을 살펴본다.
첫째, 당선인 자신이 선거범죄로 인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 그 당선은 무효로 한다. 과거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한해 벌금 150만원 이상이면 당선무효가 됐으나 1994년 통합 공직선거법을 제정하면서 이를 100만원으로 낮추고 그 대상도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까지 확대했다.
이 규정이 선거범죄에 대해 강력한 사전억제 기능을 수행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하한이 적정한가에는 적잖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범죄에 대한 형량을 정할 때도 이 같은 당선무효기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상당한 내용의 선거범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당선무효까지 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궁여지책으로 벌금 90만원이 선고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벌금 90만원의 형은 일반 형사범의 경우 좀처럼 선고되지 않고, 그런 정도의 사건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는 것이 관례다. 게다가 일반 형사범의 경우 경제성장에 맞춰 요즈음은 사소한 범죄라도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예컨대 불법기부행위를 한 당선자는 벌금 90만원이 선고되는 반면, 동네 마트에서 빵을 훔친 생계형 범죄자에게는 벌금 200만원이 선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내지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벌금형의 하한이 높은 선거범죄의 경우에는 반드시 당선무효가 되는 경우도 있다.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지 못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500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어 법원에서 최대한 감경을 하더라도(2분의 1까지 감경할 수 있음), 선고유예를 받지 못하는 한 25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밖에 없어 당선무효가 된다. 이러한 입법의 연혁이나 사례들을 살펴보면 벌금 100만원의 하한을 상향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 선거범죄로 인해 100만원 이상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국가 및 지방공무원, 공공기관의 상근임원, 사립학교 교원, 향토예비군 소대장 이상, 통장·이장·반장, 바르게살기협의회 등의 상근임직원 등에서 즉시 퇴직한다는 규정이다. 즉 군수를 위해 선거운동을 한 군청 직원이나 마을 이장이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받으면 즉시 퇴직하고, 5년간 그 직에 임용될 수 없다.
선거직 공무원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치더라도, 그와 동일한 기준으로 직업공무원 등에게 퇴직의 멍에를 씌우는 것은 아무리 봐도 가혹해 보인다. 공무원이 일반 형사범죄를 저지른 경우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아야 퇴직한다는 법조항과 비교하면 그렇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재선, 3선에 도전하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한 예로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전남에 있는 어떤 군의 마을 이장단이 현직 군수를 위해 지지 운동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들 대부분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그 중 상당수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상당수 이장들이 동시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었다.
무엇보다 위와 같은 공직자들이 선거범죄로 벌금 100만원을 받으면 퇴직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고위직 공무원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핵심을 찌른다. “성희롱 교육이나 친절 교육도 중요하지만, 진실로 필요하고 중요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것은 공직선거법 교육이다” 선거관리위원회나 지방자치단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정한 선거문화를 이루기 위해 선거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는 명제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법률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적정하고 합리적인 법규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길선 변호사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죄에 대해 형벌을 가하는 것 이외에 당선을 무효로 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아울러 일정 기간 공무담임을 제한하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그 적정성에 의문이 드는 부분을 살펴본다.
첫째, 당선인 자신이 선거범죄로 인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 그 당선은 무효로 한다. 과거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한해 벌금 150만원 이상이면 당선무효가 됐으나 1994년 통합 공직선거법을 제정하면서 이를 100만원으로 낮추고 그 대상도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까지 확대했다.
선거범죄에 대한 형량을 정할 때도 이 같은 당선무효기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상당한 내용의 선거범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당선무효까지 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궁여지책으로 벌금 90만원이 선고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벌금 90만원의 형은 일반 형사범의 경우 좀처럼 선고되지 않고, 그런 정도의 사건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는 것이 관례다. 게다가 일반 형사범의 경우 경제성장에 맞춰 요즈음은 사소한 범죄라도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예컨대 불법기부행위를 한 당선자는 벌금 90만원이 선고되는 반면, 동네 마트에서 빵을 훔친 생계형 범죄자에게는 벌금 200만원이 선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내지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둘째, 선거범죄로 인해 100만원 이상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국가 및 지방공무원, 공공기관의 상근임원, 사립학교 교원, 향토예비군 소대장 이상, 통장·이장·반장, 바르게살기협의회 등의 상근임직원 등에서 즉시 퇴직한다는 규정이다. 즉 군수를 위해 선거운동을 한 군청 직원이나 마을 이장이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받으면 즉시 퇴직하고, 5년간 그 직에 임용될 수 없다.
선거직 공무원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치더라도, 그와 동일한 기준으로 직업공무원 등에게 퇴직의 멍에를 씌우는 것은 아무리 봐도 가혹해 보인다. 공무원이 일반 형사범죄를 저지른 경우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아야 퇴직한다는 법조항과 비교하면 그렇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재선, 3선에 도전하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한 예로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전남에 있는 어떤 군의 마을 이장단이 현직 군수를 위해 지지 운동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들 대부분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그 중 상당수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상당수 이장들이 동시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었다.
무엇보다 위와 같은 공직자들이 선거범죄로 벌금 100만원을 받으면 퇴직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고위직 공무원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핵심을 찌른다. “성희롱 교육이나 친절 교육도 중요하지만, 진실로 필요하고 중요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것은 공직선거법 교육이다” 선거관리위원회나 지방자치단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정한 선거문화를 이루기 위해 선거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는 명제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법률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적정하고 합리적인 법규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길선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