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負의 유산’ 극복하려면
2010년 05월 31일(월) 00:00 가가
올해 5·18 기념행사도 어제로 거의 끝이 났습니다. 30주년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금년도 행사는 파행으로 얼룩지고 관심과 열기도 낮아졌다는 평가입니다. 이제는 5·18의 위상이 좀 더 성숙해질 만도 한데, 갈수록 초라해지는 느낌이어서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기념식은 반쪽 행사로 치러지고, 아직도 광주만의 행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는 민주화운동이라는 법적·역사적 평가를 부정하려는 세력까지 등장하고 있는데다, 광주도 5·18의 숭고한 저항과 대동정신을 지역사회에서 계승 발전시키지 못하고, 분열과 대립, 갈등을 지속하고 있어 5·18 정신의 구현과 전국화는 아직도 요원한 실정입니다.
역사적 사건으로서 5·18은 우리 지역에 긍정적·부정적 유산을 각각 남겼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불의와 탄압에 저항하여, 소위 성공한 쿠데타를 당대에 법적으로 심판하고 단죄한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역사적 사건으로서, 민주화의 초석이 되고 광주를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로 자리매김한 자랑스런 지역적 자산이라는 유산을 우리에게 남겨 주었습니다.
또한 5·18은 우리에게 안팎으로 2가지 부(負)의 유산을 남겼는데, 오랜 기간 힘든 투쟁과정 속에서, 밖으로는 폭력과 저항의 도시라는 부정적 인식과 이미지가 쌓이면서 지역적 소외가 고착화되는 결과를 낳았고, 안으로는 소통과 통합의 민주적 자치공동체를 육성해내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 독선이 지역사회를 지배함으로써 날로 외면받고 피폐해지는 유산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 유산은 원초적으로 5·18을 바로 세우는 일이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하는 처절한 투쟁과정일 수밖에 없었던 데서 오는 내재된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지역주의 정치구조 속에서 시민들의 정서와 기득권에 안주해 온 지역 지배정당, 일부 5·18 관련 단체와 권력자들의 독선과 아집, 그리고 그들을 포용하고 합리적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 내지 못한 지역 지도층에게 반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외지로부터 민주화운동에 대해 냉소를 보내거나, 호남의 근본적인 자기성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광주사회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통하여 도덕성을 회복하고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대안세력으로서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 5·18 정신의 계승과 전국화도, 민주화의 성지라는 호남의 자존심도 회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동안의 5·18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불의에 대한 항쟁의 정당성을 인정받아 광주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대외적 투쟁과정이었다면, 이제는 방향을 내부로 돌려 지역 내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자치공동체를 육성하는 일에 지역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나갈 것을 호소하면서 이를 위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첫째, 우리의 막막한 지역현실은 5·18이 남긴 負의 유산으로서, 우리가 안고 가야할 책무로 담담하게 받아들입시다. 그리고 불평과 비난보다는 이해와 협력, 소통과 나눔을 바탕으로 지역적 과제의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데 함께 참여합시다.
둘째, 5·18 정신, 즉 민주·인권·평화와 대동정신을 실천하는 일은 곧 성숙된 자치공동체를 육성하는 것이며, 선진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일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6.2 지방선거는 참으로 중요한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셋째, 지역의 정치 지도자, 5·18 관련단체와 재야 지도층 등은 5·18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기득권을 버리고 무엇이 진정으로 5·18 정신을 계승하는 길인가에 대하여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1994년의 5·18기념재단 창립 취지문에서 밝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넷째, 내부적 투쟁은 그동안의 대외적 투쟁보다도 훨씬 어렵습니다. 범시민적이고, 범 지역적인 쇄신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모두가 가신님들이 목숨 바쳐 지키려 했던 그 정신-민주·정의·평화·나눔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각자가 일상생활의 작은 일에서부터 이러한 정신을 한 가지라도 실천해 갑시다.
다섯째,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 5·18의 민주·인권·평화와 공동체 정신이 뿌리 내리도록 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구체화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개발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5·18은 법적·형식적으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고, 학술적으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다양하게 재해석,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과제로 되어있는 정신의 계승과 전국화는 광주에서부터, 5·18이 남긴 負의 유산을 극복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여야 공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전국이 부러워하는 자치공동체를 육성하고 성숙된 지방자치를 실천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선배들의 정의로운 투쟁과 공동체정신을 우리 사회에 구현함으로써 살아남은 자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임우진 한국자치경영평가원 이사장〉
기념식은 반쪽 행사로 치러지고, 아직도 광주만의 행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는 민주화운동이라는 법적·역사적 평가를 부정하려는 세력까지 등장하고 있는데다, 광주도 5·18의 숭고한 저항과 대동정신을 지역사회에서 계승 발전시키지 못하고, 분열과 대립, 갈등을 지속하고 있어 5·18 정신의 구현과 전국화는 아직도 요원한 실정입니다.
또한 5·18은 우리에게 안팎으로 2가지 부(負)의 유산을 남겼는데, 오랜 기간 힘든 투쟁과정 속에서, 밖으로는 폭력과 저항의 도시라는 부정적 인식과 이미지가 쌓이면서 지역적 소외가 고착화되는 결과를 낳았고, 안으로는 소통과 통합의 민주적 자치공동체를 육성해내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 독선이 지역사회를 지배함으로써 날로 외면받고 피폐해지는 유산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동안의 5·18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불의에 대한 항쟁의 정당성을 인정받아 광주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대외적 투쟁과정이었다면, 이제는 방향을 내부로 돌려 지역 내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자치공동체를 육성하는 일에 지역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나갈 것을 호소하면서 이를 위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첫째, 우리의 막막한 지역현실은 5·18이 남긴 負의 유산으로서, 우리가 안고 가야할 책무로 담담하게 받아들입시다. 그리고 불평과 비난보다는 이해와 협력, 소통과 나눔을 바탕으로 지역적 과제의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데 함께 참여합시다.
둘째, 5·18 정신, 즉 민주·인권·평화와 대동정신을 실천하는 일은 곧 성숙된 자치공동체를 육성하는 것이며, 선진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일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6.2 지방선거는 참으로 중요한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셋째, 지역의 정치 지도자, 5·18 관련단체와 재야 지도층 등은 5·18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기득권을 버리고 무엇이 진정으로 5·18 정신을 계승하는 길인가에 대하여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1994년의 5·18기념재단 창립 취지문에서 밝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넷째, 내부적 투쟁은 그동안의 대외적 투쟁보다도 훨씬 어렵습니다. 범시민적이고, 범 지역적인 쇄신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모두가 가신님들이 목숨 바쳐 지키려 했던 그 정신-민주·정의·평화·나눔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각자가 일상생활의 작은 일에서부터 이러한 정신을 한 가지라도 실천해 갑시다.
다섯째,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 5·18의 민주·인권·평화와 공동체 정신이 뿌리 내리도록 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구체화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개발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5·18은 법적·형식적으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고, 학술적으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다양하게 재해석,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과제로 되어있는 정신의 계승과 전국화는 광주에서부터, 5·18이 남긴 負의 유산을 극복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여야 공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전국이 부러워하는 자치공동체를 육성하고 성숙된 지방자치를 실천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선배들의 정의로운 투쟁과 공동체정신을 우리 사회에 구현함으로써 살아남은 자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임우진 한국자치경영평가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