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사법개혁인가
2010년 05월 17일(월) 00:00 가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 등 최근의 시국사건 무죄 판결 논란에서 비롯돼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 시민사회단체들의 대립으로까지 번졌던 사법 갈등사태가 사법제도 개혁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3월 17일 국회에서 사법제도개선특위를 열어 법원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은 이래 이에 따른 법률안을 계속하여 제출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내놓은 개선안이지만 그 내용 중에는 위헌의 소지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부분이 많다.
첫째, 대법원에 법관인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은 법관 3명과 법무부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 전국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장이 추천하는 2명씩 등 9명으로 구성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되, 법관인사위원회는 법관의 보직 및 전보에 대해 의결기관으로, 법관 연임에 대해선 심의기관으로 기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경우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양형위원의 자격과 임명방법을 강화하고, 대법원 직속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변경하는 한편, 양형기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양형기준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법관 등으로 재직한 변호사는 퇴직 시점 1년 전까지 근무한 법원 등이 관할하는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선안은 그 자체로 위헌적인 요소가 많아 그대로 관철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단지 법원에 대한 불만의 표출 정도에 그칠 공산도 크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인류의 역사는 민주주의를 최고의 정치제도로 인식하고 발전시켜 오면서 이를 실현시킬 방안으로 삼권분립원칙을 정립시켰다. 즉 제왕이 국가권력을 독점하고 전횡을 휘둘러 왔던 것을 견제하기 위해 입법권을 독립시켜 이를 입법부(국회)가 담당하도록 이권분립을 이뤘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사법권을 독립시켜 이를 사법부(법원)가 담당하도록 했다. 행정부(정부)에는 행정권(법률을 집행하는 권한)만을 남김으로써 권력의 집중을 막고 견제와 균형을 유지한다는 취지다. 이렇게 할 때 민주주의가 가장 원활하게 구현될 수 있다는 이념인 것이다.
우리 헌법 제101조도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라고 명시해 사법부 독립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104조 제3항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제외한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라고 규정해 일반 공무원의 임명권자가 대통령인 것과 대비시키고 있다(삼권분립의 원칙상 사법부에 대한 견제의 의미로,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는 다른 권력(특히 행정부)으로부터 독립해서 재판을 하게 하자는 이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헌정사를 살펴보면, 독재권력이 집권했을 때에는 그 독재자의 입맛에 맞지 않는 법관을 제거하기 위해 일반 법관에 대한 임명권자를 대통령으로 한 적도 있었다. 소위 유신헌법이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법원제도 ‘개선안’은 사법부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사법부 내부만의 의견 집약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국회나 정치권의 참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사법부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그 자체로서 헌법 규정상의 삼권분립원칙과 이에 따른 사법부 자율성의 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법관인사위원회가 법관의 보직과 전보에 대해서 의결기관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는 대법원장의 법관 임명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당연히 위헌이다. 특히 인사위원회에 행정부측인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두 사람을 포함시키겠다는 시도는 앞서 언급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둘째, 대법원 산하에 있는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변경하려는 방안도 문제가 있다. 유무죄 판단뿐만 아니라 양형(형량을 정하는 것)은 법관의 고유한 권한이다. 시행한지 1년도 되지 않는 양형위원회를 대법원 소속이 아닌 대통령 직속으로 두겠다는 것은 양형권한에 대해서 행정부가 간섭하겠다는 것으로 역시 위헌일 수밖에 없다.
셋째, 법관 등으로 재직한 변호사는 근무한 법원 등이 관할하는 사건을 일정기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한다는 방안 역시 법관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내용으로서 위헌의 소지가 많다. 과거에 이미 이러한 이유 등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은 바도 있다.
판결이 집권정부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사법부 독립을 위협하려고 한다면 이는 역사의 후퇴이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 발상이라고 하지만, 정부를 위한 발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법부 독립이 후퇴하면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구길선 변호사
한나라당은 지난 3월 17일 국회에서 사법제도개선특위를 열어 법원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은 이래 이에 따른 법률안을 계속하여 제출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내놓은 개선안이지만 그 내용 중에는 위헌의 소지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부분이 많다.
둘째,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경우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양형위원의 자격과 임명방법을 강화하고, 대법원 직속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변경하는 한편, 양형기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양형기준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선안은 그 자체로 위헌적인 요소가 많아 그대로 관철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단지 법원에 대한 불만의 표출 정도에 그칠 공산도 크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인류의 역사는 민주주의를 최고의 정치제도로 인식하고 발전시켜 오면서 이를 실현시킬 방안으로 삼권분립원칙을 정립시켰다. 즉 제왕이 국가권력을 독점하고 전횡을 휘둘러 왔던 것을 견제하기 위해 입법권을 독립시켜 이를 입법부(국회)가 담당하도록 이권분립을 이뤘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사법권을 독립시켜 이를 사법부(법원)가 담당하도록 했다. 행정부(정부)에는 행정권(법률을 집행하는 권한)만을 남김으로써 권력의 집중을 막고 견제와 균형을 유지한다는 취지다. 이렇게 할 때 민주주의가 가장 원활하게 구현될 수 있다는 이념인 것이다.
이는 다른 권력(특히 행정부)으로부터 독립해서 재판을 하게 하자는 이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헌정사를 살펴보면, 독재권력이 집권했을 때에는 그 독재자의 입맛에 맞지 않는 법관을 제거하기 위해 일반 법관에 대한 임명권자를 대통령으로 한 적도 있었다. 소위 유신헌법이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법원제도 ‘개선안’은 사법부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사법부 내부만의 의견 집약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국회나 정치권의 참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사법부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그 자체로서 헌법 규정상의 삼권분립원칙과 이에 따른 사법부 자율성의 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법관인사위원회가 법관의 보직과 전보에 대해서 의결기관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는 대법원장의 법관 임명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당연히 위헌이다. 특히 인사위원회에 행정부측인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두 사람을 포함시키겠다는 시도는 앞서 언급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둘째, 대법원 산하에 있는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변경하려는 방안도 문제가 있다. 유무죄 판단뿐만 아니라 양형(형량을 정하는 것)은 법관의 고유한 권한이다. 시행한지 1년도 되지 않는 양형위원회를 대법원 소속이 아닌 대통령 직속으로 두겠다는 것은 양형권한에 대해서 행정부가 간섭하겠다는 것으로 역시 위헌일 수밖에 없다.
셋째, 법관 등으로 재직한 변호사는 근무한 법원 등이 관할하는 사건을 일정기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한다는 방안 역시 법관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내용으로서 위헌의 소지가 많다. 과거에 이미 이러한 이유 등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은 바도 있다.
판결이 집권정부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사법부 독립을 위협하려고 한다면 이는 역사의 후퇴이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 발상이라고 하지만, 정부를 위한 발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법부 독립이 후퇴하면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구길선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