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충장로
2010년 03월 29일(월) 00:00 가가
충장로를 거닐고 싶다. 모든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고 한가하게 느린 걸음으로 그 길거리를 배회하고 싶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길가의 쇼윈도를 들여다보거나 목이 마르면 찻집에 들러서 커피를 주문하고 싶다. 전혀 아무 근심걱정 없이 내가 거니는 그곳에서 한걸음 건너서 얼굴을 아는 이를 만나고, 악수를 하고, 안부를 묻는다면 더욱 좋으리라.
그러다가 흥이 나면 콧노래도 부르고, 공연히 혼자서 미소를 지으면서. 여기저기 찬란한 조명등이 켜진 상가만 줄지어 서있다고 한들 무슨 상관인가. 옛적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듯이 그 길에는 서울의 명동처럼 차도 안 다니고 사람들만 가득히 걸어다니므로 무척이나 아늑하고 포근하지 않은가. 더욱이 멋지고 예쁜 젊은이들이 아침저녁도 없이 어울려서 몰려다닌다면.
그런데 웬일일까. 우리의 충장로를 생각하면 어딘가 빈 곳이 있는 것만 같은, 어떤 것인가 한두 가지가 빠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거기나 명동이나 다름없는 구조적인 단순함 때문인가. 아니라면 길거리에 흔히 들리는 막연한 소음 때문인가. 도대체 그 무엇이 겉으로는 화려한 충장로를 그다지도 단조롭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의 발걸음을 끈끈하게 붙드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그곳에는 없는 까닭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충장로를 생각할 때마다 어느 한 곳을 머리에 떠올린다. 저 멀리 바다 건너 뉴올리안즈의 프렌치쿼터. 온 길바닥에 가득히 재즈의 선율이 흘러넘치고, 그곳을 거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매혹적인 생음악에 몸을 맡기고 물결처럼 흐느적거리는 감동의 길거리. 마치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이 다 모인 것처럼 떼를 지어서 걸으면서도 한결같이 음악에 취하는 곳. 아마 내가 충장로를 생각할 때마다 프렌치쿼터를 떠올리는 것은, 내 마음속에 틀림없이 우리의 충장로가 프렌치쿼터처럼 되기를 바라는 희망이 있어서일까. 우리의 충장로 어디에서나 음악이 흐르고 감동이 흘러서 지나가는 모든 이들을 다 취하게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정말이지, 지금의 충장로에다가 음악을 비롯하여 모든 문화예술을 심고 덧입혀서 그 길에 우연히 서있기만 해도 누구에게나 가슴이 저릿한 감동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그곳에서 누구나 밤을 새운들 어쩌랴. 온 길바닥을 휩쓸려 다니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친구를 만나면 술도 한 잔 나누며 인생을 이야기하자. 연인들끼리라면 더욱 분위기가 있겠지. 가족들이 다 같이 길에 나와서 거닌다면 너무 좋으리라. 그곳에는 우리의 마음을 보듬고 쓰다듬는 차원 높은 그 무엇들이 다 갖추어져 있으므로.
어느 날 저녁에 우리가 무심코 충장로에 나갔는데, 어느 극장 앞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고 상상해 보라. 그리고 화방이 늘어선 거리에는 그림전시회가 열려 있거나 시낭송회가 열렸다고 가정해 보라. 또 어디에서는 마술쇼가 있고, 또한 길모퉁이마다 재즈공연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때는 누구나 한 마디로 ‘수지맞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날마다 축제와 같이 다양한 즐길 거리로 충장로를 채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아마 우리의 충장로는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되고도 남는 것. 우리가 진정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면, 정작 그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 충장로가 된다면, 마치 프렌치쿼터처럼 세계의 젊은이들이 다 모여들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아마 광주공항은 여행객들로 붐빌 것이며, 시내호텔들은 방이 모자라서 날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를지도 모른다. 도처에서 사람들이 충장로를 거닐기 위해 광주에 온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 날에는 광주는 자연히 수입이 넘치고 넉넉해지지 않겠는가.도시가 된다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닌 것이, 무슨 이유에서건 세상의 사람들이 무수히 모여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다가 너도나도 수준 높은 문화예술의 분위기에 젖고 싶어서 찾아온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도 우리의 충장로가 두드러진 예술의 거리가 된다면, 광주야말로 여유롭고 두드러진 명품도시로 우뚝 서는 것은 불을 보듯이 확실한 것이다. 그것뿐일까. 그때는 이미 광주가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라는 말을 넘어서, 드디어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의 문화중심도시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언제인가 나는 그런 명품도시 광주에 가고 싶고, 문화예술이 깊이 스며들어서 곳곳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충장로를 거닐고 싶다. 아무 할 일이 없이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느긋하게 그 길을 거닐고 싶다. 걷다가 누군가를 만나고, 뜨거운 커피를 나눠 마시면서 예술을 이야기하고, 세상일을 이야기하고 싶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온몸으로 흠뻑 예술의 향기를 마실 수 있는 그런 길 위에서 아무 근심걱정 없이 한나절을 보내고 싶다. 그러면서 이따금 머리를 들어 봄날의 자애롭고 신비한 무등산을 그윽이 바라보고 싶다.
〈양성우 시인·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
그런데 웬일일까. 우리의 충장로를 생각하면 어딘가 빈 곳이 있는 것만 같은, 어떤 것인가 한두 가지가 빠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거기나 명동이나 다름없는 구조적인 단순함 때문인가. 아니라면 길거리에 흔히 들리는 막연한 소음 때문인가. 도대체 그 무엇이 겉으로는 화려한 충장로를 그다지도 단조롭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의 발걸음을 끈끈하게 붙드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그곳에는 없는 까닭이 아닐까.
어느 날 저녁에 우리가 무심코 충장로에 나갔는데, 어느 극장 앞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고 상상해 보라. 그리고 화방이 늘어선 거리에는 그림전시회가 열려 있거나 시낭송회가 열렸다고 가정해 보라. 또 어디에서는 마술쇼가 있고, 또한 길모퉁이마다 재즈공연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때는 누구나 한 마디로 ‘수지맞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날마다 축제와 같이 다양한 즐길 거리로 충장로를 채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아마 우리의 충장로는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되고도 남는 것. 우리가 진정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면, 정작 그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 충장로가 된다면, 마치 프렌치쿼터처럼 세계의 젊은이들이 다 모여들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아마 광주공항은 여행객들로 붐빌 것이며, 시내호텔들은 방이 모자라서 날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를지도 모른다. 도처에서 사람들이 충장로를 거닐기 위해 광주에 온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 날에는 광주는 자연히 수입이 넘치고 넉넉해지지 않겠는가.도시가 된다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닌 것이, 무슨 이유에서건 세상의 사람들이 무수히 모여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다가 너도나도 수준 높은 문화예술의 분위기에 젖고 싶어서 찾아온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도 우리의 충장로가 두드러진 예술의 거리가 된다면, 광주야말로 여유롭고 두드러진 명품도시로 우뚝 서는 것은 불을 보듯이 확실한 것이다. 그것뿐일까. 그때는 이미 광주가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라는 말을 넘어서, 드디어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의 문화중심도시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언제인가 나는 그런 명품도시 광주에 가고 싶고, 문화예술이 깊이 스며들어서 곳곳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충장로를 거닐고 싶다. 아무 할 일이 없이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느긋하게 그 길을 거닐고 싶다. 걷다가 누군가를 만나고, 뜨거운 커피를 나눠 마시면서 예술을 이야기하고, 세상일을 이야기하고 싶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온몸으로 흠뻑 예술의 향기를 마실 수 있는 그런 길 위에서 아무 근심걱정 없이 한나절을 보내고 싶다. 그러면서 이따금 머리를 들어 봄날의 자애롭고 신비한 무등산을 그윽이 바라보고 싶다.
〈양성우 시인·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