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압축적 산업화 과정에서 축적된 작금의 국가경쟁력이 교육경쟁력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투자가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명제는 반증 되기 어렵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의 최근 화두는 교육비리다. 대통령과 장관이 교육비리를 척결하고 교육개혁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설 정도로 우리의 교육계는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반응은 교육비리의 본질을 비켜나가고 있을뿐더러 위선적이다. 교장 및 교육장 공모제, 교원평가제 도입이 교육개혁 정책의 전부다. 대학의 비리에 대한 대책은 없다.

교육비리란 과연 무엇인가? 초·중·고등학교 교실이나 대학 강의실 내에서 일어나는 부실한 교육이 아니라, 학교 경영주체가 정·재계와 결탁하여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 교육비리다. 교장과 교원에게 그러한 비리를 저지를만한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사립학교의 경우 학교법인이, 국공립학교의 경우 교육 관련 정치인이나 관료가 교육비리를 저지른다. 교육비리는 교육주체가 아니라 교육기관 경영자가 부정한 돈을 매개로 교육체계를 부패의 구렁텅이 속에 빠뜨리는 행위다. 그래서 교육비리는 교육학의 문제가 아니라 왜곡된 정치경제학의 문제다.

구체적으로 부정입학, 교원의 부정 임용 및 승진, 교육관료 매수, 정당 및 정치인 스폰서링, 학교 경영자의 정치·경제적 목적을 위한 자금 횡령 및 축재 등의 교육비리는 모두 부정한 돈거래를 통해 일어난다. 이러한 부정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한국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사립대학이다. 돈거래의 규모가 크고 학교법인의 불투명한 대학경영이 그 원인이다. 무엇보다도 비리 사립대학의 뒤에는 언제나 부도덕한 정당과 정치인이 그림자처럼 붙어다닌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여당이 투명하고 공정한 대학운영을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시도했을 때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6개월 이상 국회 등원을 거부하면서 한국정치를 마비시켰다.

교육비리가 극한 상황에 이르면 학교 구성원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학교 경영주체가 강제로 추방되기도 한다. 이러한 비극적인 분쟁은 현재 교육과학부 산하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다룬다. 불행하게도 정부여당은 사분위를 수십 년 전에 추방된 구 경영진과 가족이 쉽게 복귀할 수 있는 장치로 만들어 또다시 분쟁을 조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이 지역 대학인 조선대를 비롯해서 몇몇 사립대학에 구 경영진을 일부 복귀시켰다. 해당 대학 구성원들은 현 정부여당이 국가경쟁력 창출의 산실인 교육기관을 비리사학으로 환원시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현 정부가 무리하게 비리 경영진 복귀를 돕고 있는 행태를 보고 비리사학의 전형적인 부패행위인 정당과 정치인의 스폰서링을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정부여당은 교육비리가 무엇인지 분명한 개념정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기집권을 위한 정치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목적에서 스스로 교육비리를 조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교육비리의 본질과 현실을 외면한 채 새 발의 피나 다름없는 일부 비리 교장·교원에게 그 죄를 전가하는 행위는 위선이다. 서울 소재 ‘열린사이버대학’ 이사장의 교비횡령이 한 정치인의 정치자금 확보를 위해 자행되었다는 언론보도는 한국의 모든 학부모들을 경악게 한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정부여당은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무한 정치게임으로 농락하지 말기 바란다.

/김성재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사회과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