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DJ) 서거 이후, 지역 정치권에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호남의 희망을 상징했던 정치인이었던 DJ의 삶 자체가 치열한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정치권이 DJ의 대통령 퇴임과 서거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정치적 리더십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도전과 응전’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DJ 서거 이후에도 지역 정치권은 별다른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시장, 전남지사 등 광역단체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 국회의원들은 ‘도전과 응전’을 선택하기 보다는 ‘눈치 보기’에 연연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자리에 관심을 두고 있는 지역 국회의원은 5∼6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단 한 명도 확실한 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상당한 관심(?)은 있지만 아직은 도전을 말할 시기가 아니다’라는 것이 전반적인 입장이다.

지지율, 공천 과정, 당내 역학구도 등을 고려할 때, 섣부르게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괜히 서두르다가는 안팎으로 견제를 당할 수 있는데다 추후 정치적 입지도 좁아질 수 있어 손해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분위기는 내년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진입을 노리고 있는 일부 지역 의원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의 새로운 진로와 미래를 제시하며 정치적 리더십을 모색하기 보다는 당 내부의 정치 공학적 구도 탐색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모 의원은 “먼저 나섰다가는 각종 견제를 당할 수 있다”며 “일단 관망하면서 의정활동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나가는 것이 정석”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판단이 옳을 수 있다.

그러나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적 리더로 성장하거나 광역단체장 후보로서 새로운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자격은 과감한 도전에서 시작된다.

DJ는 목숨을 걸고 독재정권에 대한 도전에 나섰고 치열한 응전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을 완성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민주당세가 척박한 영남에서 ‘바보 같은 도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반복했으며 그것은 그 누구도 얻을 수 없는 정치적 자산이 됐다.

DJ와 노 전 대통령은 바로 이 같은 극한 도전을 통해 정치적 리더로 성장했으며 시대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역 민심은 영리하기보다는 우직하고, 정치적 계산보다는 온 몸으로 시대를 밀어붙이며 도전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임동욱 서울취재팀장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