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과 강진에서 오는 7월 말에서 8월 중순까지 ‘물 축제’와 ‘청자문화제’가 각각 치러진다.

두 자치단체는 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연초부터 행사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축제를 제대로 치러내야 지역의 발전이 가능하고, 군민들이 잘 살 수 있는 것마냥 모든 행정력을 행사준비에 올인하고 있는 셈이다.

두 자치단체의 인구라 해봐야 각각 4만 명 대에 불과하다. 낙후도 역시 전국 234개 지자체 가운데 220위를 밑돌고 있다. 두 자치단체의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가면서까지 축제를 치러야 하는가 의문이 든다.

지난해부터 장흥의 대표축제로 치러지고 있는 ‘물 축제’의 올해 예산은 행사비만 9억5천만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각종 부대행사와 시설비 30여억원을 포함하면 40억원은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02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전국 10대 축제로 지정된 강진 청자문화제도 매년 12여억원의 군비가 투입되고 있다.

이를 보는 두 군민들의 마음도 그리 밝지는 않은 것 같다. 이들 축제가 통합될 경우 예산도 절약할 수 있고,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을 텐데 ‘따로 국밥’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장흥과 강진의 읍소재지간 거리는 자동차로 10분대에 위치해 있다. 해남이나 화순군 등 면적이 넓은 자치단체를 고려하면, 동일 생활권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탐진강을 두고 지리적·역사적으로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 닮은 점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런 점 때문에 두 지역은 정부가 추진하는 자치단체간 자율통합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장흥과 강진을 통합해야 한다는 군민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5년 황주홍 강진군수와 당시 김인규 장흥군수가 박준영 전남도지사에게 혁신도시 유치를 전제로 통합방안을 제시한 바 있으며, 이후 2007년 두 지역 인사들이 나서 통합에 따른 자생모임체를 구성하는 등 물밑접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지역의 통합은 지역 정치인이나 공무원, 관변단체 등의 반대에 막혀 현재로선 요원한 상태다. 특히 장흥군 인사들의 경우 장흥이 강진에 흡수통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우 때문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두 지역이 합쳐질 경우 군수를 비롯한 의회의장, 경찰서장, 교육장 등 기관·단체장의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고 공무원 숫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생활권이 같은 지역끼리 통합할 경우 교부세와 국비지원을 확대하고, 각종 국책개발사업을 우선 지원한다는 등 ‘당근책’을 내놓고 있다. 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지역의 장기적인 미래를 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용기 사회2부 기자, 장흥 주재 k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