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이 있다. 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오히려 잘한 사람을 꾸짖는다는 의미다.

교원채용 비리를 저지른 광주 정광학원에게 꼭 들어맞는 고사성어다. 올 2월 교원 6명을 부당하게 합격시킨 사실이 드러난 뒤 반성은커녕 비리를 고발한 전 이사장과 언론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만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태의 발단은 이렇다. 정광학원의 채용비리를 적발한 광주시교육청은 당시 이사장과 이사, 정광고 교장, 교감(현 정광중 교장) 등 관련자 4명의 해임을 법인에 요구했다.

이후 이사장과 이사는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지만, 법인은 나머지 두 명에 대해선 정직 1개월의 처벌만 내렸다. 교감은 같은 법인의 중학교 교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동안 성적향상에 기여했고, 우수 교원을 뽑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우수 교원이란 채용시험 성적은 낮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능력(?)은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채용시험을 치렀는지 묻고 싶다. 학교 측 주장대로라면 차라리 유명 ‘강의기술자’를 모셔오는 게 낫지 않는가.

결국, 채용시험에 응시한 나머지는 들러리였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이 우수한 성적을 받고도 탈락한 이들은 우수 인재가 아니라서 떨어졌다는 오명마저 뒤집어 쓰게 됐다. 채용비리로 탈락한 것도 억울할 텐데 말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정광학원의 ‘말도 안 되는’ 버티기에 또 한번 초강수 조치를 취했다. 해당 학교로 배정된 교실 냉·난방 사업비를 전액 삭감하는 등 행·재정적 지원을 중단한 것이다.

학생들의 피해를 염려한 광주시교육위원회에서 ‘두 교장을 해임할 경우 행·재정 중단 조치를 풀겠다’는 중재안도 제시했지만, 정광학원은 ‘해볼 테면 해봐라’는 식이다.

기존에 설치된 낡은 에어컨으로 여름을 버티면 된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두 스승의 ‘제 밥그릇 지키기’에 수백 명의 제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정광학원의 처사가 밉지만, 사립학교의 특성상 더 이상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다. 시 교육청은 사립학교 교원 비리에 대해 해당 법인에 처벌을 요구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립학교 교원도 국민의 세금으로 임금을 받는 공직자다. 모든 혜택도 국·공립 교원과 동등하다. 공직자에게는 깨끗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 중에서도 ‘미래의 꿈나무’인 학생을 지도하는 교육자는 더욱 그렇다.

정광학원의 두 교장은 앞으로 제자들에게 ‘올바른 인간이 되라’는 참교육을 실천할 수 있을까. 교육자다운 결단을 기대한다.

/박진표 사회 1부 기자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