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백화점들의 정기세일(6월29일∼7월12일)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8일 박모(37·광주시 동구)씨는 선물을 사기 위해 A백화점의 B매장을 찾았다.

박씨가 매장 직원에게 “혹시 세일을 하느냐”고 묻자 직원은 “우리는 ‘노세일 브랜드’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세일을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박씨는 브랜드 이미지를 믿고 B매장에서 고가의 머리띠와 팔찌를 구입했다

하지만 박씨는 이달 초 백화점 세일 광고 전단지를 본 뒤 화가 났다. 전단지에 B매장 브랜드가 ‘30∼50% 시즌오프’ 행사를 한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해당 매장에 전화를 걸어 “‘노세일 브랜드’라면서 왜 세일을 하느냐”고 항의를 했다.

이에 대해 직원은 “‘시즌오프’는 백화점 세일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노세일 브랜드’들이 별도로 진행하는 가격인하 행사”라며 “지금까지 우리 브랜드는 백화점 세일행사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세일 브랜드’가 맞다”고 해명했다.

박씨는 “‘시즌오프’든 세일이든 가격을 깎아준다는 의미에서 똑같은 할인행사인데 ‘노세일 브랜드’란 말로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해서는 안된다”며 “복잡한 유통용어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백화점들이 말하는 ‘세일’과 ‘시즌오프’의 차이는 뭘까?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이 정상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판매하는 할인행사에는 세일과 시즌오프(가격인하)가 있다.

둘 다 재고 물량을 줄이기 위해 시즌이 끝난 직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점은 같지만 차이가 있다.

세일은 매장에서 20일 이상 정상가로 판매된 상품에 한 해 일정기간 동안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할인행사다. 대신 세일이 끝나면 해당 상품을 정상가로 판매해야 한다.

반면 시즌오프는 세일에 참여하지 않는 브랜드들이 1년에 두차례(1, 7월)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할인행사다. 가격을 낮춰서 판매한 물건은 다 팔릴 때까지 정상가로 판매할 수 없다는 점이 세일과 다르다. 한마디로 ‘떨이’다.

박씨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유통업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유통업계가 말하는 ‘시즌오프’와 ‘세일’의 차이와 ‘노세일 브랜드’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유통업계가 관행처럼 써왔던 표현일지라도 소비자들이 헷갈린다면 번거롭더라도 용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정리와 함께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좀더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이은미 경제부기자 emle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