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들이 잇따른 살인·강도 사건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올 들어서만 무려 10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두 달에 3건 꼴이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은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있지만 경찰 기강은 예전보다 해이된 모습이다. 근무 중 도박을 하다 적발되는가 하면 음주사고를 내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나사 풀린 경찰’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광주광산경찰 수사과 P(48) 경사는 지난 12일 오후 9시20분께 광산구 삼정동 하남중앙로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19%의 상태로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를 몰고 가다 사고를 내 경찰에 입건됐다.

이에 앞서 북부경찰(당시) 소속 Y(50)경감 등 4명은 지난 달 25일 오후 5시30분께 광주시 북구 매곡동 한 모텔에서 판돈 16만원을 걸고 속칭 ‘고스톱’을 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적발됐다.

단속 당시 2명은 비번이었으나 Y경감 등 2명은 근무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때는 경찰청 감사기간이었다. 이들은 북부경찰에서 타 경찰서로 각각 전보조치된 상태다.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밥값 내기 심심풀이 고스톱이었으며, 퇴근 시간도 30분 밖에 안 남았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청 감사기간 중에 근무 또는 비번인 경찰관들이 모텔에 모여 앉아 도박을 하고, 음주 교통사고를 낸 것은 경찰관으로서 기본적인 자질에 해당하는 문제다. 특히 근무지까지 이탈해 한가롭게 도박을 즐긴 것을 볼 때 과연 이들에게 치안을 맡겨도 될는 지 의문이 든다.

그러는 사이 시민들은 강력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19일 북구 중흥동 H교회 화단에서 발생한 50대 남성 둔기 피살사건 등은 아직도 미해결 상태다.

지난 4월 8일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북구와 동구 6곳의 동(洞) 주민센터 절도사건도 미궁에 빠졌다. 또 서구와 광산구 원룸 밀집지역에서는 여성들을 불안에 떨게 한 이른바 ‘광주판 발바리’는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이 같은 광주지역 치안 불안 상태는 어찌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광주 4인조 금은방 강도사건’때는 권총 두 발을 쏘고도 눈앞에서 범인을 놓쳤다.

경찰은 그동안 기강 해이나 일탈 행위가 발생할 때 마다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왔다. 기강 해이를 부추기는 데 일조한 셈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일부 직원의 일탈행위’로 축소하려 하지 말고 ‘제 살 깎는 아픔’으로 관계자들을 엄히 다스려 기강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종행 사회부 기자 gole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