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행기 정치부 차장〉

“국회가 언제나 열릴지 마냥 기다리다 지쳐 속이 시커멓게 타버렸습니다. 간신히 국회가 정상화된 만큼, 하루빨리 F1지원법이 통과되기를 바랍니다. 이번에 통과되지 않으면 정말 전남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12일, 민주당이 국회에 등원하겠다는 입장을 전격적으로 발표하자 국회가 정상화되기만을 이제나 저 제나 기다려 온 전남도 F1(포뮬러원)국제자동차대회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국회만 열린다면, 1년 3개월 후인 내년 10월 영암 첫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데 필수적인 F1지원법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지난 4월 국회에서 F1지원법의 극적인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가 좌절한 이후 전남도는 당혹감과 함께 조바심을 감추지 못해왔다. 당시 F1지원법은 여야가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가운데 회기 마지막 날인 4월 30일 본회의에 전격 상정됐으나 다른 쟁점법안 처리 등으로 회의진행이 자정까지 지연되면서 결국 국회가 자동 산회, 끝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었다.

전남도는

지난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F1지원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던 만큼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는 본회의가 열리자마자 통과될 것으로 낙관해 왔으며, 일단 민주당이 등원방침을 밝힘에 따라 F1지원법 국회통과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동안 워낙 꼬여왔던 사안인데다 국회차원에서 변수도 적지 않아 일부에선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도 관계자가 “(국회는 열리게 됐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악의 경우 지난 4월 국회처럼 중도에 무산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F1지원법 제정이 늦춰지면서 전남도의 F1대회 준비에는 적잖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당장 내년 F1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선 기존의 조직인 ‘F1대회준비기획단’을 ‘F1대회조직위원회’로 확대·개편해야하지만, ‘조직위원회’는 F1지원법을 근거로 하는 조직이어서 아직까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에선 이달 중순 정기 인사가 예정되어 있어, F1지원법이 그때까지 통과되지 못할 경우 전남도 전체 인사가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도 결국엔 F1지원법 제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F1지원법이 이제 전남도의 손을 떠나 국회에 넘겨졌다는 점이다.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등의 각종 현안문제로 빚어지고 있는 여야간 충돌이 이어질 경우, 이번 국회 역시 지난번처럼 F1지원법이 다뤄지지도 못한 채 끝나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남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4월 국회에서 통과가 됐어야 했다. 밤 12시가 넘었다는 이유로, 중요한 안건을 남겨둔 채 회의를 중단하고 해산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회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며 “이번 국회에선 그러한 전철이 되풀이돼선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F1지원법이 통과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과 함께,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회가 정쟁(政爭)에 파묻혀 지역 현안을 돌아보지 않는 데 대한 비난이 느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