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 농어촌 지역개발을 목적으로 각종 정책사업이 시행되어왔다. 1970년대의 새마을사업과 부업단지 육성이 시작이었다. 이후 1980년대의 군 단위 농어촌지역 종합개발 및 도서·오지개발사업과 농공단지 개발, 1990년대의 면 단위 정주권개발사업과 농어촌휴양단지·관광농원·특산단지 조성사업 등이 뒤를 이었다. 2000년대엔 녹색농촌체험마을·전통테마마을 및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 마을단위 개발사업과 소도읍육성사업 등이 시행되었다.
이 외에 1990년대까지 지속하였던 경지정리·관개배수·농로정비 등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그리고 농어촌지역을 대상으로 한 건설·교통·관광·문화·교육·의료·복지 분야의 사업들도 농어촌 지역개발사업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광역경제권 발전계획이나 기초생활권 개발계획 등도 지역 및 농어촌 개발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지역개발사업의 변화과정을 시기별로 총괄하면 농업에서 농촌공업을 거쳐 농촌관광으로 산업의 범위가 확대되었지만 대상 권역은 군 단위에서 면 단위를 거쳐 마을단위로 축소되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지속하고 있는 반면 소득개발사업은 사라지거나 마을단위사업에 통합되는 식으로 축소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사회간접자본시설을 설치하는 1회성 설치사업에서 지속적 운영을 필요로 하는 운영사업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농어촌 지역개발사업으로서 설치사업은 도로·농로·용수·전기·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으로서, 생활환경을 개선하는데 필수적인 사업이다. 아직도 농촌지역은 도시에 비해 이들 시설이 부족하며, 그러므로 설치사업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들 사업 중에서도 전기·상하수도 등은 지속적인 관리 운영해야하고, 당연히 운영주체가 존재하고 있다. 근래에는 지방자치제가 활성화되면서 시·군이 상당한 규모의 박물관·전시관·공원·테마파크 등을 공공시설로 건설하는 일이 점차 늘고 있다.
문제는 시설 운영주체가 모호하고, 지방재정에 압박이 크다는 점이다. 설치비는 국조 보조금으로 조달하지만, 관리운영비는 오롯이 지방비로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입장료라든가 이용료 등은 무료 아니면 기껏해야 관리인력의 인건비도 충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운영이 필요한 공공서비스시설의 경우 운영주체와 운영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한 단계에 와있다.
운영주체에 대한 검토가 가장 필요한 사업은 녹색농촌체험마을·전통테마마을사업 및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 마을단위 개발사업이다. 이들 사업의 경우 한 개 마을당 적게는 2∼3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국고보조금이 투입되고 있는데, 시설의 소유 및 운영주체는 마을로 인식되고 있다. 마을은 그러나 자연인도 법인도 아니며,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조직구성도 갖추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열성과 의욕을 가진 이장이나 마을 지도자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사업이 유지되고 있으나 언제까지 그것이 가능할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더욱이 한 개 마을의 규모가 평균 50호 내외인데, 마을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인들이 은퇴 및 사망할 경우 마을단위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호수와 인구가 줄어, 사업 유지는커녕 마을 유지도 어렵게 될 가능성도 크다.
농어촌지역개발사업으로서 가장 확실한 운영사업은 수익사업·소득사업을 하는 사업체를 유치하거나 설립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사업체를 유치하는 것이 내부에서 설립하는 것보다 월등히 유리하지만, 수도권과 대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원격지 농어촌의 경우 입지상 유리한 점이 없기 때문에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내부 설립 방안도 어렵긴 하지만 지자체의 주도와 민간의 참여에 의해 사업체를 설립하는 방안, 이른바 지방공기업 혹은 제3섹터 기업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박석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