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다극화된 세계 경제의 핵심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중국 경제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다는 의미이면서도, 중국 발전의 핵인 연안지역과 가장 인접한 전남에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세계 제1의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시작될 중국의 해외투자, 해외관광 열풍을 한반도에서 가장 손쉽게 흡수할 수 있는 곳이 전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남은 중국 연안 지역과 산업·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보다는 상호 보완할 점이 많은데다, 중국 투자를 받아들일 준비도 어느 지역보다 내실있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세계 경제질서의 변화를 틈타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해외투자를 어떤 분야에 어떻게 전남으로 유치할 수 있느냐다.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는 누가 뭐라고 해도 관광이라고 생각한다. 전남은 서남해안관광 레저도시라는 아시아 관광 허브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다, 섬과 음식 등 중국인들에게 매력적인 관광포인트가 많다. 무안 기업도시 내 한·중 공동 산업단지조성, 차이나시티 프로젝트 등 산업과 관광분야에서 한·중 합작투자도 가시화되고 있고, 이들 사업은 양국 중앙정부도 지원하고 있다. 관광분야에서 중국의 선도 투자를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산업분야로도 확대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중 관광협력은 리조트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보다는 양국 관광객들의 사소한 어려움을 풀어주는 소규모 투자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전남을 중국의 대 한국관광의 거점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중국 관광객이 광주, 목포, 여수 등을 1차 여행 목적지로 삼고, 이곳을 통해서 국내 다른 지역을 관광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자본이 직접 자국 관광객을 위한 숙박, 음식점, 아웃렛 등에 대한 투자를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여행사 간 합작투자도 적극 추진해야 할 과제다. 중국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하려면 중국 자본이 직접 투자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에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음식, 숙박, 쇼핑문제를 일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입에 맞는 음식이 없고, 숙박시설은 턱없이 비싸고, 중국인의 기호에 맞는 쇼핑 대상이 없어 여행비를 남겨 돌아가는 중국인들이 많다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은가.
한·중 관광기업 합작투자에 따른 이점은 더 있다. 합작투자를 하면 중국 측에서는 가능하면 많은 관광객을 전남지역에 보내려고 할 것이고, 우리의 중국관광과도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관광합작투자로 쌓은 신뢰는 산업 전반으로 확대돼 환 황해권의 초 광역 경제협력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물론 관광자원 개발 등 우리 전남이 준비해야 할 것이 적지 않다. 대부분의 관광 선진국들은 자국 국민이 즐길 수 있는 관광, 인접국 국민의 기호에 맞는 관광상품 개발에 성공한 나라들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관광대국인 스페인, 프랑스는 외국인 관광객 중 인접국(EU) 관광객의 비중이 각각 93%, 87%인데 반해, 관광으로 상대적으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영국이나 독일은 70%대에 그친다. 우리나라도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아시아 관광객이 73%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중국 관광객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우리의 제1 투자국일 뿐 아니라, 작년에만 양국을 오간 관광객이 585만 명으로 증가추세임을 눈여겨보자.
인접국 관광객을 장기적으로 내실있게 유치하려면 국가간 협력투자가 가장 효과적 방안이 될 수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도 때맞춰 해외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는 만큼 중국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우리 관광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의 소규모 합작투자에도 적극 대응함으로써 미래 환 황해경제권시대 전남지역이 중국인의 한반도 관광거점이 되도록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동만 전남발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