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흡혈귀’는 전기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데도 소모되는 대기(待機])전력을 말한다. 전기를 잡아먹는다는 뜻으로 전기 흡혈귀(power vampire)로 부른다.
여름철 전기 사용량이 늘고 있다. 사무실과 가정 등에서는 더위를 피해 과도한 냉방기 사용으로 에너지 낭비가 심각하다.
에너지 낭비는 곧,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지구 환경 파괴를 의미한다. 에너지 낭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나가는 것이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첫 걸음이다.
하지만 전자제품의 증가와 함께 대기 전력 소비도 늘어나는 추세다. 복사기와 비디오는 전체 사용전력의 80%가 대기전력을 추정된다. 컴퓨터 모니터·프린터·팩시밀리·세탁기·에어컨·TV·전자레인지·휴대전화 충전기 등이 대기전력 소비가 많다.
국제에너지기구는 경제혁력기구(OECD) 회원국들의 경우 가구당 대기전력은 전력소비량의 10%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가구 평균 5%로 낮은 수준이지만 해마다 13억 달러가 대기전력으로 낭비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대기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에너지기구는 2010년까지 모든 전자제품의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줄이도록 세계 각국에 권고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기 1㎾당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132㎏이다. 대기 전력을 줄이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이산화탄소의 발생도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다.
대기전력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으로 호텔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키홀더 방식’을 제안한다. 키홀더 방식은 키를 넣으면 실내 전원이 들어오고 빼면 전원이 차단되는 방식이다.
전기 사용을 하지 않을 경우 아예 전기를 차단해 대기전력을 완전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가정용의 경우 ▲냉장고 등 계속 사용해야 하는 전선 ▲TV 등 사용을 하지 않을 경우 차단해도 괜찮은 전선 ▲조명등처럼 아무 때나 사용하는 전선으로 3개의 전기 공급체계를 만든다.
냉장고·밥통·다기능 전화기·수족관 등은 키홀더 방식과 관계없이 항상 전기가 흐르는 전선으로 전기를 사용하면 된다. TV·오디오·컴퓨터 등은 키홀더 방식이 작동될 경우에만 전기가 흐르고 사용하지 않은 때는 아예 전기를 차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명장치에는 항상 전기를 공급하는 전등선을 사용하면 된다. 키홀더 방식으로 차단되는 전선과 콘센트는 색깔을 달리하면 큰 혼선은 없을 것이다. 사용자가 사용 습관에 맞게 자주 쓰는 제품은 항시 전기가 통하는 콘센트를 이용하고, 비교적 덜 사용하는 제품은 키홀더 방식 콘센트에 꼽으면 된다.
이렇게 하면 대기전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공공 부문의 사무실 등에서 이를 채택한다면 훨씬 많은 양의 대기전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건축 조례를 새롭게 재정, 신축건물에 단계적으로 실시하면 효과를 거둘 것이다. 공공단체에서 이같은 에너지 절약 정책을 모범적으로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

/ 김강렬 <시민생활환경회의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