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비엔날레 재단이 요즘 남모르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18일 개막된 ''제1회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초대권을 요구하는 일부 ''반갑지 않은 손님''들 때문이다. 디자인 비엔날레를 꼭 보고 싶은데 입장권(5천원)을 구입할 형편이 안된 가난한 사람들이라면, 재단으로서 적지 않은 고민이 될 터이다. 문제는 이들 ''공짜표''를 바라는 사람들 대다수가 광주에서는 꽤 알려진, 사회지도층이라는 것이다.
물론 예년같으면 이같은 은근한 청탁이 통했을지도 모른다. 5회 광주비엔날레까지만 해도 의전용 또는 홍보용이란 명목으로 초대권 발행이 수천장씩 관행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단은 문화수도에 걸맞는 관람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부터 초청인사, 행사후원업체들을 위한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 경우에도 이사장 업무추진비 등 별도 예산으로 입장권을 구입해 증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헌데 ''역풍''이 꽤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일부에서 "체면이 있지 어떻게 입장권을 내고 관람하냐"며 집요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 재단 직원은 "막무가내로 공짜표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초대권 문화가 얼마나 깊게 만연돼 있는지 실감한다"고 씁쓸해 했다.
언제부턴가 우리 문화예술계에는 초대권 문화가 일반화됐다. 물론 초대권 발행을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전시나 공연을 홍보하고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들에게 문화관람을 제공하는 순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대권 소지자=특권층''이라는 논리에 의해 초대권을 강요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흔히 초대권은 전시나 공연을 ''어수선''하게 한다. 공짜로 얻은 티켓이니 꼭 참석해야 할 부담도 없는 데다, 체면 때문에 가는 행사이니 관람태도나 안목이 문화적일 리 없기 때문이다.
관람문화 개선을 위해 ''초대권과의 전쟁''에 나선 재단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박진현 문화생활부차장 j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