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가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4부 ''신들의 황혼'' 공연을 끝으로 4일간에 걸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오페라 끝부분에서 주인공 지그프리트가 반지를 노리는 하겐의 창을 맞고 쓰러져 숨을 거두자 오케스트라는 ''장송 행진곡''으로 영웅을 떠나보냈다.
지휘자 게르기예프는 4일동안 지휘봉도 없이 열정적으로 팔을 휘두르며 오페라를 이끌었다. 공연이 완전히 끝나고 그가 무대에 오르자 모든 관객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정트리오''의 명화.경화 자매도 공연이 끝나자마자 게르기예프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4부작 전체가 최고 수준은 아니었다. 일부 성량이 부족한 성악진들은 기대 이하의 표현으로 극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27일 ''지그프리트'' 때는 특히 두드러져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에 앉아 설전을 벌였다. 막을 알리는 커튼이 채 내려오기도 전, 쏟아지는 박수는 결국 마지막 날 커튼을 내리지 않고 공연이 종료되는 해프닝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보다 앞선 ''링 사이클''(''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이르는 용어) ''아시아 초연''은 그 자체로 박수를 보낼 일이다. 독일 바이로이트에 있는 ''바그너 전용 극장''에서 예매를 하고 7~10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다는 콧대높은 오페라에 도전한 한국 관객 역시 마찬가지다. 7월부터 ''예습''까지 해가며 공연을 기다렸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광주에서도 ''링 사이클''을 만날 수 있을까? 언젠가부터 광주에서 ''대작''공연들을 찾아볼 수 없다. 대작을 유치하기에는 빈약한 공연 인프라가 주원인이다.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이 ''그랜드 페스티벌''기간을 마련해 오페라 ''나비부인'' 이반 피셔와 백건우의 협연, 자체 제작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편성했다는 소식은 ''문화수도 광주''를 무색케 한다. 외지 관객, 외국인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광주를 찾는 날은 과연 언제쯤일까.

/ 서민정 문화생활부기자 vio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