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호남정권일까, 아니면 영남정권일까. 9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로 참여정부가 탄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호남사람들의 입장에서 볼때 기가막힐 노릇이겠지만 청와대의 호남출신 고위 인사 2명은 최근 광주지역 기자들과 만나 아무런 거리낌없이 ''영남정권''이라고 규정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영남출신이기 때문에 영남정권이라는 논리다. 이들 인사들의 논리대로라면 호남사람들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영남정권을 탄생시키기 위해 그토록 열광적으로 지지를 한 셈이 된다.
이같은 논리를 호남사람들에게 들이대면 과연 수긍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상당수는 심히 불쾌해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호남사람들은 국민의 정부의 뒤를 이을 정권이 영남정권으로 되돌아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지조 있는 정치인 노무현''에게 몰표를 던졌다.
겨우 5년동안 집권한 호남정권이 다시 영남으로 넘어갈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차별 정책을 막아보기 위한 호남인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었다. 그 결과 비록 영남 출신이지만 호남인들의 혼이 담겨 있던 민주당 후보로 나선 노무현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지난 2004년 탄핵때도 호남인들이 노 대통령을 지켜내기 위해 온몸을 던진 것과 이후 실시된 총선에서 뿌리가 같았던 민주당 대신 열린우리당 후보들에게 지지를 보낸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볼때 분명 참여정부는 분명 호남사람들이 탄생시킨 ''호남정권''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청와대 고위직의 호남출신 인사들은 이 정부를 영남정권이라고 단정할까. 청와대에서 느끼는 권력의 축이 영남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미 정권의 속내는 영남정권이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호남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민주당이 다시 뜨고 있는 현상과 ''영남정권논리''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석원기자 sy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