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광주비엔날레는 2년마다 한번씩 ''인사홍역''(?)을 치른다. 매번 행사가 끝나자 마자 차기 대회를 치르기 위한 이사회 구성에서부터 이사장, 사무총장, 예술총감독 선임 등 재단의 주요 얼굴들이 대폭 물갈이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로 창설 10주년을 맞았으니 그동안 5차례 대대적인 조직정비를 거친 셈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내년 6회대회(9월8~11월11일)를 준비하기 위한 인선작업이 척척(?)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사무총장을 시작으로 이사장, 홍보사업부장, 그리고 최근 김홍희 예술총감독에 이르기까지 재단간부들이 불과 2~3달 사이에 제자리를 찾았다. 이제 남은 자리는 6회 비엔날레의 전시기획을 맡을 전시부장. 재단은 지역인재를 그 자리에 앉혀달라는 미술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현재 각 미술대학에 후보추천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그런데 이 작업이 의욕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재단이 요구하는 조건(해외전시기획 유경험자와 어학에 능통한 자 등)을 두루 만족시키는 ''적임자''가 드물어 후보추천을 의뢰받은 지역대학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쓸만한 기획자''가 없으면 매번 그랬던 것처럼 서울출신 큐레이터에게 양보(?)해야 할 판이다.
이같은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 본 대다수 미술인들은 "그동안 지역인재양성에 소홀해온 비엔날레 재단의 업보(?)"라고 입을 모은다. 예향임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지역의 문화풍토에도 원인이 있지만, ''국제미술축제''라는 거창한 대의명분만 앞세운 나머지 정작 재단 직원들의 재교육에 무관심해온 재단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96년 창설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의 경우 직원들을 해외 유수 영화제에 견학시키는 등 인재양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한 재단 직원은 " (재단에 들어온지) 10년이 넘었지만 해외연수는 고사하고 재교육 한번 받아보지 못했다"며 "그동안 배운 노하우라면 시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터득한 서류작업일 것"이라며 조직내부의 비문화적인 분위기를 꼬집었다.
광주비엔날레는 명실상부한 문화중심도시의 핵심 인프라이다. 시민들이 비엔날레에 거는 기대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비엔날레가 지역인재양성과 같은 기본적인 책무를 소홀히 한다면 매번 ''비엔날레 정체성''에 대한 지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박진현 문화생활부 차장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