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광주 YMCA에선 ''시립미술관 중외공원 건립반대 범 미술인 결의대회''가 열렸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행사의 주인공들은 대기업 노동조합이나 운동권 단체가 아닌, 평범한 지역 미술인들이었다.
여느 때 같으면 각자의 작업실에 틀어 박혀 창작에 열중하고 있어야 할 이들이다. 하지만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00여명의 미술인이 모인 대회장은 광주시의 ''비 문화적 행태를 성토하는'' 미술인들의 열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미술인들의 직업특성(?)상, 이처럼 대규모 미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가 흔치 않다는 사회자의 설명이 말해주듯 이날 열기는 ''예향'' 광주에서는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결의대회에서 미술인들은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새 시립미술관을 중외공원 일대에 건립하려는 광주시의 방침은 권위주의 시대에나 통할 법한 구태"라며 "즉각 철회 하지 않을 경우 시와 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모든 행사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 궐기대회를 열어 광주시장의 불신임 운동까지 전개하겠다"며 발언수위를 높였다.
문화수도를 내세우며 연일 화려한 청사진을 내놓고 있는 광주의 도심 한복판에서 이같은 미술인들의 실력행사를 보는 것은 다소 ''생뚱''스럽다. 게다가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밀어붙이면 된다는 광주시의 독선은 ''1등 문화행정''을 주창하는 문화수도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지역 미술인들이 화난 이유는 대중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지에 시립미술관 건립을 강행하려는 광주시의 행정편의주의가 크다. 더욱이 그 밑바탕에는 여러 차례 "중외공원 계획을 검토하겠다"며 말을 바꾼 박광태 광주시장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광주시장은 귀를 막고 있는가 보다"라는 한 원로 미술인은 박 시장 특유의 ''추진력''을 문화인프라인 미술관에도 휘두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광주시는 왜 추운 겨울, 미술인들이 ''거리의 투사''를 자처하며 시립미술관을 도심에 건립할 것을 요구하는 지 한번쯤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1등 문화행정의 근간은 바로 문화마인드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문화마인드의 기본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
/박진현 문화생활부 차장 j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