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것이 ''한계''였나 싶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한나라당 예산결산심의위의 대외비 문건 파문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지난 4.15 총선 이후 한나라당은 내놓고 ''호남 구애작전''에 돌입했다. 박근혜 대표를 포함한 의원들이 처음으로 5.18묘지를 집단참배했고, 전남지역에서 의원세미나를 갖는 등 호남과의 화해에 나섰다.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권 자치단체를 합친 ''지역화합특구''를 만들자는 주장도 한나라당쪽에서 먼저 나왔다. ''이제부터라도 호남예산을 특별히 챙기겠다''는 한나라당 몇몇 의원들의 속깊은(?) 발언은 그중에서도 압권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한나라당의 행보는 ''대외비''로 분류된 한 문건에 의해 무참히 깨졌다. 이 문건은 광주.전남의 핵심사업들을 대부분 ''지역선심성 사업''이나 ''타당성 없는 사업''으로 분류했다. 삭감 대상인 광양항 개발, 광주 문화중심도시 조성, 무안공항, 광주종합전시장 등은 광주.전남의 사활이 걸린 사업들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광양항의 경우 ''부산신항에 투자되도록 삭감 필요''라는 식의 극단적 지역편향을 보여주었다.
한나라당은 이 문건이 실무차원에서 작성됐다 폐기됐고, 실제 삭감으로 이어진 것은 없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그리고 오히려 이를 보도한 언론에 대해 책임을 돌리는 전형적인 물타기도 시도했다.
겉과 속이 다른 한나라당의 행태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응은 실망이나 분노를 넘어 냉소다. ''그러면 그렇지'' 또는 ''그럴 줄 알았다''가 대세다.
문건 파문은 한나라당의 체질화된 ''영남 편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 플레이로 호남 민심을 얻을 수는 없다. 한나라당이 왜 두차례나 대통령 선거에서 실패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는 대목 아닌가.
/오주승 정치부 차장 js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