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회의 직전, 영호남지역 8개 시도지사들이 따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의근 경북지사의 제의에 따른 긴급회동이었다.?
영호남 시도지사회의는 양 지역간 지역감정의 골을 허물고 상호 교류를 위해 만들어진 친선 성격이 짙은 모임이다. 그런 점에서 영호남지역 시도지사들이 전국 시도지사회의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회동을 가진 것은 그 모임의 성격에 비춰볼 때 극히 이례적이었다.
영호남 시도지사들은 이 자리에서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수도권과 충청권 문제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낙후된 영호남지역까지 아우르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야 한다''는 3개항의 입장을 채택했고 이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영호남권 시도지사들의 이런 입장은 균형발전정책과 관련, 원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회의 직전 영호남 광역단체장들이 집단적 의사결집 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정부를 향한 영호남권의 강한 메시지와 우려가 담겨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영호남권은 현재 행정수도 이전 무산과 관련된 치열한 논쟁에서 한발 비켜서있다. 충청권은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고, 수도권은 안도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충청권에는 행정타운이니 행정특별시니, 일부 부처의 이전이니 하며 민심달래기가 한창이다.
충청권 대 수도권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 자칫 영호남지역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부분이다. 이런 위기의식이 양 지역 시도지사들을 한자리에 모이게한 것이다. 항상 영남지역을 비교 대상으로 놓고 ''낙후 탈출''을 역설해 온 광주시나 전남도가 영남지역 광역단체와 함께 ''국가균형발전''을 역설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오주승 정치부 차장 js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