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는 최근 3차례에 걸쳐 `위기의 광양항'' 시리즈(8월 25, 26일, 9월 2일)를 연재했다. 광양항 개발을 둘러싼 정부 정책을 비판한 연재물이었지만 우리나라 양항(兩港)정책의 한 축인 광양항의 문제점은 그대로 남아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특히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부산지역 눈치보기''는 쓰디 쓴 뒷맛을 남겼다.
해수부는 지난달 23일 있었던 김영남 해수부차관의 발언이 광주일보에 크게 보도되자 파문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김 차관은 “(광양항같은) 신설항은 (물동량 확보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하는데 (부산쪽) 반발이 예상돼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김 차관의 `지극히 당연한 발언''에 해수부는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김 차관의 발언은 맞는 말이지만 호남쪽에서 대서 특필하면 부산쪽이 가만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수부의 행태는 하나만 아는 우를 범하는 꼴이다. 해수부의 해명 자체가 `부산쪽 눈치보기''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광주일보의 장승우 장관 인터뷰 요청도 거부했다. 해수부가 `광양항 개발은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공언하고 있는 만큼 그 진의를 파악하고 지역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인터뷰 요청이었다.
문제는 거부의 이유다. 장관의 바쁜 일정이나 정책방향의 미확정 등의 이유가 아니었다. 광주일보와의 인터뷰가 `자칫 부산쪽 언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국책사업을 시행하는 해수부가 부산지역 언론을 의식, 인터뷰를 거절한 것이다.
광양항은 권력자의 입맛따라 우왕좌왕했던 국책사업 표류의 전형적 사례다. 해수부는 이런 정책의 왜곡을 집행한 책임이 있다. 해수부가 부산 눈치만 살핀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정책의 연속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오주승 정치부 차장/js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