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호남지역에 대한 `구애(求愛)''노력이 보통이 아니다. 두번 연속 대선에 패한 한나라당이 차기 집권을 위해서는 호남을 불모지로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강력한 `서진(西進)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뿌리인 과거 민정당 이후 처음으로 당 소속의원 전원이 호남에 내려와 2박3일간의 연찬회를 가졌는가 하면 단체로 5·18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달 31일엔 당 `지역화합특별위원회''(위원장 정의화) 소속 위원들이 광주시와 전남도를 찾아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 예산을 확보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루 앞에는 이례적으로 전남대학교를 방문 “학교 발전을 위해 해 줄 게 무엇이 있는지 말해달라”고 묻고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광주시 방문에서 정의화 위원장은 “내 지역구(부산)와 김정부 예결위원장 지역구(마산) 예산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광주 현안사업 예산확보에 노력하겠다”, “내 방을 베이스 삼아 한나라당을 이용해달라”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같은 태도들은 아주 이례적이다. 전에 없이 적극적이고 진지한 모습이다. 사실상 요 며칠처럼 한나라당이 호남지역에 적극적 관심을 보인 예가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표를 의식한 지극히 계산된 행동이라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한켠으로는 `전례''가 없는 적극성 때문에 다소나마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날 간담회를 지켜본 광주시청 공무원들 역시 의아해 하면서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무리 표가 아쉬워도 한나라당이 이 시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런 전략들이 그야말로 `표''만을 의식한다면 `호남 뿌리내리기''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예산지원에 힘쓰겠다”는 등의 약속이 실천없는 헛구호에 그치거나 과거처럼 앞에서는 칭찬하고 뒤에서 뒷통수 치는 지역감정 자극하기식 정치행태를 계속한다면 서진전략은 실패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아가 5·18 등 여러 어두웠던 과거사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반성도 필수적일 것이다.
/김옥렬 정치부기자ok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