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지난 1월 30일 광주를 방문한 정동영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인 전남지사가 우리당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라며 박태영 지사 영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 의장은 “(박 지사가) 야당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반문까지 했다.
장면 둘. 박 지사가 우리당 입당을 선언하기 하루 전인 지난 3월 14일 밤. 우리당의 광주지역 한 실세는 “내일 박 지사가 우리당에 입당한다”고 말했다. 우리당과 박 지사간 사전 교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장면 셋. 박 지사는 다음날인 15일 민주당 탈당과 함께 우리당 입당을 선언했다. 우리당 전남도당에 입당원서도 냈다.
박지사의 당적변경은 지역정가를 뒤흔들었다. 총선을한달 앞둔 상황에서 전남지사의 민주당탈당은 탄핵 후폭풍으로 상승세를 타고있던 우리당의기세를 올려주었다. 민주당 지지기반이 송두리채 무너지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박지사의탈당을두고 우리당은`환영''을,민주당은`배신행위''라는반응을 보였다.
이후 박 지사는 우리당 당원으로 활동해왔다. 4·13 총선 이후 우리당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축사도 했다. 우리당 전남도당 당보는 `우리당 소속인 박태영 지사''라며 특별인터뷰도 실었다.
우리당의 이런 태도는 박 지사가 27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표변했다. 우리당 이재경 부대변인이 박 지사 소환 당일 “박 지사는 현재 입당 보류상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까지 나섰던 박 지사의 입당문제을 스스로 `원천 무효''로 만든 셈이다. 물론 박 지사의 우리당 입당이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를 의식한 결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 지사가 소환되자 곧바로 `입당보류''란 `면피용'' 카드를 통해 자신들과의 연계를 차단하려는 우리당의 태도 또한 공당으로서 떳떳하지 못하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식''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오주승 정치부 차장 js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