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의회 박흥수 의원(민주·순천)은 14일 치러진 도의회 부의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안병태 의원(민주·보성)에게 5표차로 고배를 마셨다. 박 의원은 선거후 본회의장을 나오면서 동료의원들과 웃으면서 악수했지만 아쉬워하는 빛이 역력했다.
박 의원은 선거 이틀전 출마의사를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공명한 선거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 의원들끼리 서로 얼굴과 개인적 역량 등을 잘 아는 만큼 지지해 달라고 만날 일도 없고, 향응이나 금품을 제공할 일은 더더욱 없다. 오직 전화로만 부탁하겠다. 변화와 화합이라는 내 선거전략을 아주 깨끗하게 심판받겠다”.
그리고 선거일인 14일. 박 의원은 선거를 치를 본회의장 입구에서 `변하고 화합해야 의회가 희망이 있습니다''라는 글을 쓴 종이판을 목에 걸고 동료의원들을 맞았다.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박 의원은 “정말 깨끗하게, 그리고 열심히 운동했으니 평가해 줄 것이다. 개별적으론 지지부탁을 위해 일부러 누구도 만나지 않았고 선거비는 우연히 만나 마신 커피값 6천원과 전화비밖에 들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는 결국 졌다. 패인을 묻는 질문에 박 의원은 “벽이 높네요”라고 말했다. 그 벽이 무슨 벽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 `벽''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같은 순천출신이 이미 부의장인점, 그가 당선되면 의장단이 모두 여수·순천으로만 채워지는 점, 그리고 또 어떤 벽일지 모를 벽 등등.물론 당선된 안병태 의원이 금품이나 향응을 써서 당선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안 의원이 어떤 불법이나 탈법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나 증거도 없다. 다만 박 의원의 선거운동 방식을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그는 비록 졌지만 이번에 보여준 `아름다운 선거운동''은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큰 선거가 다가온다. 입지자들 모두 “지더라도 아름답고 깨끗하게 싸운다”는 이런 원칙을 실천할 수는 없을까.
/김옥렬 정치부기자ok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