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 오지에 사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말이 있다. `누구네 숫가락이 몇 개인 지도 안다''는 것이다. 이 말엔 `워낙 살림이 궁핍해 숨길 재산이 없다''는 서글픈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섬지역에 무슨 돈벼락이 떨어졌을까? 로또복권 당첨자가 집중되지 않았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 지금 완도에서 벌어졌다. 완도군이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를 무더기로 제외시켜 버린 것이다.
완도군 관내의 기초생활 수급자는 3천480여가구에 5천600여명. 올 현재 이들에게 지원된 금액은 생계·주거·교육급여와 근로장려금 등 총 73억4천여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숫자는 민선 3기 이전에 비해 1천400여명이 줄어든 것이다. 이중 사망과 전출자 200여명을 빼면, 나머지는 모두 본인 또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제외된 셈이다.
완도군 의회 유재승(군외면)·문동영(신지면)·김장수(소안면) 의원 등은 이런 까닭에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 조사를 전면 재실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수급자들은 군수의 현실인식에 큰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원금의 90％가 국비와 도비고, 군비는 단 10％에 불과하니 수급 대상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했어야 옳았다는 비난의 목소리다.
그들은 또 조사를 담당한 복지사들의 고압적인 자세와 불친절도 문제라고 말했다. 수급자는 감소하는데, 복지사들의 숫자는 되레 늘어나는 현상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완도군수는 이런 사정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아니면 외면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정은조 사회2부 부국장·완도>ejch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