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조직 내에서 누군가를 평가하는 사람이나 평가를 받는 사람, 모두 힘들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해남군이 최근 어설프게 추진했다가 중단한 평가제 도입은 그 좋은 사례다.
군은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명분 아래 본청 6급 계장급에 대한 평가를 시도했다. 하위권에 든 사람은 불이익을 주겠다는 군수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 작업은 그러나 노조와 6급들의 반발에 부딪쳐 `없던 일''이 되버렸다.
하지만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군수의 의지가 꺾인 것도 말이 아니고, 청내 분위기가 어색하고 무겁다. 평가단에 든 사람도 평가 대상이었던 6급들도 고개를 못들고 있다.
노조 게시판은 날마다 성토성 글로 도배를 하고 있다. 실·과장 뿐만 아니라, 군수도 평가하자는 비난도 있다.
문제는 평가제도의 도입에 앞서 좀더 신중한 연구가 필요했고, 묘안을 짜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읍·면간의 교환과 순환을 위해서라면 기준을 정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해야만 한다.
몇몇 사람만 전보시킨다면,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조직은 더 무기력해질 수 있다. 순환보직제를 만들어 읍·면 근무를 의무화 시킨다면, “밀려 내려갔다”는 자괴감은 들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6급 대표들이 군수와 면담 후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그렇지만, 이 지경까지 온 배경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반성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朴正玉기자＜사회2부 부장 海南＞jo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