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ＳＫ 비자금 수수의혹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이 문제를 포함, 그동안 축적된 국민 불신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재신임 가부에 대한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물론 재신임이 국가적 중대사라는 점에서 그 결과를 놓고 미리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재신임을 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또한 `최 전 비서관 사건을 포함해 그동안 축적된 국민 불신''이라는 것도 재신임 대상으로는 모호하다.
취임 이후 지속된 지지율 하락과 핵심 측근들의 비리 의혹,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 입국과 관련한 청와대 개입설, 이라크 추가 파병을 둘러싼 국론분열, 부동산가격 급등에 따른 국민 위화감 심화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면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국민이 심판할 대상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국민 불신''을 내세운 재신임은 바로 그 자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잇단 `악재''를 정면 돌파하지 않고서는 국정운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이라면 그것은 `도박용''으로 비칠 수 있다. 국민들이 이날 재신임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도 이에 있다.
적어도, 이번 대선자금 비리 파문을 계기로 구체적인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고 신임을 묻는다면 오히려 신선한 충격이 될 수도 있다. 정히 정면 돌파를 강행하려 한다면 `만일''에 대한 그 후속 시나리오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은 안보와 외교, 국정과제에 전념하고 내정은 국무총리에게 일임하겠다는 전제는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국민들이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이 마저도 없다면 국정혼란과 공백만 우려될 뿐이다. 정치에는 가정(假定)과 실험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申港樂<서울지사 취재부장> hlshi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