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의 능력은 갖가지 돌출되는 민원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하는 가에 따라 평가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광주시 남구청장이 보여준 봉선택지2지구개발과 구 유안비위생매립장 처리 과정에서의 `갈지자 행보''는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수년간 택지개발지구 맞은편 유안비위생매립장으로 인해 악취와 침출수 피해를 입었던 인근 주민 2천700여명이 붕괴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 동산을 택지로하고 그 예산으로 대신 매립장을 공원으로 개발해 달라며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또 한편에서는 10여명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동산을 끝가지 보존해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동산을 보존하려면 유안비위생매립장의 처리 예산 확보가 안 되는데다 부족한 구예산으로 동산처리에 수십억원을 투자해야 했다. 이를 고민하던 실무진에서는 2천700여 명의 주민들의 안을 가장 적절한 대안이라고 평가하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으며 구청장도 동산을 보존해야된다는 주민 10여명의 반대에 머뭇거리다 최근에서야 쓰레기를 처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동산보존을 외치는 주민들이 구청을 항의방문하면서 이 안은 다시 표류하고 있으며 따라서 언제 다시 공사가 시작될 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구청장이 2천700여명과 10여명의 민원 가운데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70여일동안 검토만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12일 구청으로부터 공사중지명령을 받은 시공업체는 분양에 차질을 빚어 속이 타고 주민들은 자칫 구청이 주민민원을 무시하고 기존의 동산을 보강해 택지개발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닌 지 불안해하고 있다.
주민민원을 심도있게 검토하는 것도 좋지만 민원의 타당성과 합리성을 판단해 이를 추진하고,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구청장의 `행정력''이 필요한 때다.
/尹炫晳<사회1부기자> hsyo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