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구청의 무등산자락 무더기 형질변경 허가는 광주 도시계획사가 자본과 권력에 의해 굴절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줬다. 허가권자인 동구청은 `현행 법''이라는 방패막을 내세웠지만, 이 말을 믿는 시민은 거의 없는 듯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구청측이 건설업체의 치마폭에 놀아났다고 생각하고 있고,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도 그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어찌보면, 이번 사태의 `원죄''는 광주시의회에 있다. 의회는 무등산 조망권을 확보하려는 광주시의 도시계획 재정비안을 지난 92년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이 고도제한안은 북구 각화동에서 동구 소태동까지 표고 120m 이상 지역에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목포시는 지난 98년 도시계획 때 유달산 일주도로변에 6층 이상 건물 신축을 막음으로써, 사유재산권에 앞서 시민 다수의 환경권을 보장하는 획기적 선례를 남긴 바 있다. 대법원의 판례도 주변경관이나 주거환경을 훼손할 경우, 행정관청의 불허결정을 타당한 것으로 인정한다. 남구청도 올들어 제석산 밑 아파트 건립신청을 산림파괴와 집단민원을 이유로 네차례 반려했다.
무등산 형질변경 역시, 행정심판과 소송을 감내하면서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었다. 헌데 동구청은 무슨 까닭에 그리도 서두르고 조급히 처리했던 것일까? 애당초, 동구청의 상식적 판단을 기대한 것은 무리였다. 도시계획위원이나 공무원들은 구청장의 들러리였을 뿐이다. 시민단체가 위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이유도, 더 이상 그들을 신뢰치 않는다는 뜻일게다.

/ 鄭 棋 太 < 사회1부 차장 > meonsa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