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광주에서는 우리 정치 `추억''의 한 장면이 재연됐다. 후텁지근한 날씨였지만 넓은 구동실내체육관은 인파로 꽉 들어찼다. 고성능 스피커에서는 연신 격정적인 구호가 퍼져 나왔다. 이른바 민주당 구주류 국회의원들이 주도하는 `민주당 정통성을 지키는 모임''이 주최한 `당 사수 공청회 및 결의대회''의 스케치다.
지역출신을 포함한 20여명의 국회의원과 수천명의 청중들은 행사 내내 “민주당을 지켜야 한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언젠가 보았던 것 같은 익숙한 장면들이 빛바랜 필름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
2일 국회의원들이 민주당의 텃밭에서 한 데 모인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날 모인 의원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의기양양했던 국민의 정부 때와는 달리 지금은 정치적 입지가 좁아보인다는 점이다.
행사에서 의원들은 민주당 사수를 주장하며 참석자들의 동의를 구했다. 지역주민들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기반인 광주·전남에 대해 그가 보여주고 있는 최근 행보에 심기가 뒤틀려 있던 터에 적극 호응했다.
그러나 속된 말로 지역의원들은 `잘 나갔을 때'' 어디에 있다가 다시 찾아온 것일까? 행사에 참가한 청중 가운데 민원이 있어 의원회관으로, 당사로 찾아 갔을 때 그들을 쉽게 만나 유권자 대우를 받고 유쾌하게 돌아온 이들은 몇이나 될까?
사람들은 힘겨워지면 흔히 고향을 찾는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서울에서 얼마나 버거웠으면 민주당의 정치적 `모태''(母胎)인 이 곳까지 내려왔을까 하는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일부 의원들은 지역주민들을 `졸라대면 젖을 물려주는 어머니'' 쯤으로 여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감출 수 없다.
유권자인 지역주민들에게도 묻고 싶다. 언제까지 울려 퍼지는 확성기 소리에 현혹돼 자신이 주인임을 망각할 것이냐고. 무리지어 우르르 몰려 다니는 `체육관 정치의 향수''에 언제까지 젖어 있을 것이냐고.

/ 朴 治 炅 < 정치부 차장 > uni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