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尹,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했다” 증언
2025년 02월 04일(화) 20:25
헌재 5차 변론기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국가정보원 핵심 인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핵심쟁점에 대해 엇갈린 증언을 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며 기존 진술을 유지했으나, 군간부들은 연관성을 부인하거나 증언을 회피했다.

헌재 대심판정에서 4일 오후 2시 5차 변론기일이 열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출석했다. <관련 기사 3면>

이날 국회측 증인으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출석했다.

이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사당과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병력을 투입해 본관 진입을 시도한 계엄군의 핵심 지휘부다.

홍 전 차장은 국회면담에서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고, “방첩사령부로부터 체포 명단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군 핵심 인물들은 나란히 핵심 쟁점에 대해 증언과 진술을 거부했다.

이들은 비상계엄 선포 전후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을 밝혔지만, 이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은 이날 입을 굳게 닫았다.

이 전 사령관은 국회측 법률대리인단의 질문에는 대부분 “답변드리지 않겠다”고 일관했다. 그는 “대통령으로부터 누군가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느냐”는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의 질문에는 “없다. 더 이상 답변드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여 전 사령관도 ‘정치인 체포 지시’에 관한 진술을 거부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 14명에 대한 명단을 받은 적 있냐”는 국회 측 법률대리인 질문에 “형사 재판에 관한 사항이라 진술할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반면 홍 전 차장은 이날 헌재에서 기존 증언을 고수했다. 홍 전 차장은 “ 전화오면 ‘대통령님’이라고 (발신자)표시가 뜬다”면서 “윤 대통령이 ‘씩다 잡자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대통령에게 누굴 잡으라는 건지 묻지 못했고, 목적어가 없어 누굴 잡아들여야 하는지 몰랐다”면서 “여인형 사령관에게 대통령지시 언급하자 체포 명단을 불러 줬고 기억나는대로 적어보니 14~16명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홍 전 차장은 “체포명단 들으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헌재는 4차 변론기일과 달리 윤 대통령이 직접 증인에게 신문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문형배 헌재 권한대행은 변론 시작에 앞서 “재판관 평의 결과 증인 신문은 양측 대리인단만 진행하는 것으로 정했다”며 “본인(윤 대통령)이 원할 경우 신문 절차가 끝난 후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발언기회를 얻어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 “자기 기억에 따라 얘기하는 것을 대통령으로서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만 상식에 근거해 본다면 이 사안의 실체가 어떤 건지 잘 알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 투입에 대해서는 “엉터리 투표가 많아서 내가 지시했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