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에 기약없는 인사…광주·전남 경찰들 속앓이
2025년 02월 03일(월) 20:10
지휘부 구속에 무기한 연기…지휘관급 인사 지연 여파 연쇄적으로 밀려
총경 승진 예정자 인사 갈증…경정 이하 승진 심사는커녕 시험도 미정
일선 경찰 사기 저하 속 수사 착수·전담팀 구성 지연 등 치안 공백 우려
12·3 비상계엄 이후 경찰 인사가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광주·전남 지역 경찰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인사권자의 부재로 총경 이상 지휘관급 경찰 인사가 지연돼 일선 경찰의 인사도 연쇄적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를 앞두고 수사 착수나 특정 수사팀 구성을 미루는 등 치안 공백 등도 우려되고 있다.

3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만난 지역 경찰관들은 “연초 예정됐던 인사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어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경찰이 연관돼 조지호 경찰청장과 경찰 지휘부 등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경찰청 인사는 무기한 연기됐다.

일반적으로 통상 경정 이하의 승진·전보인사는 12월 말께 진행되는 총경 이상 인사 발표 후 절차를 진행한다. 승진심사-승진시험-전보 순으로 인사를 한다.

고위급 전보 후 늦어도 설 이후에는 경찰 인사가 마무리 됐지만 올해는 이례적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근무평가 이후 인사 절차가 중단됐다. 심사명부조차 작성되지 않았고 승진시험 날짜는 미정이고 문제도 출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경은 경찰청장 추천과 행안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용하는데, 현재 행안부·경찰청 등은 대행 체제여서 경찰 고위직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 사기도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다.

광주 A경정은 “인사는 성과에 대한 결과물인데, 의욕이 저하되는건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승진을 앞둔 B 경사도 “시험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시험을 준비하는 경찰관들도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라면서 “일단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자기 할 일 하고 있으라는 지침이 내려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사를 앞두고 주요 사건의 경우 팀을 꾸리거나 수사 착수가 미뤄지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어수선한 업무 분위기를 걱정하고 근무지 변경에 따라 이사 등의 생활 문제를 우려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광주지역 C경정은 “중요 필수 보직이 부재일 경우 인사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업무를 누군가가 대신 맡아야 해 애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인사에 따라 본인의 주거상황, 자녀 교육 문제 등이 달라지는데 생활과 밀접한 부분이 미정인 상태로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다보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임을 알면서도 불편한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이 지난 2023년 8월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 일부 개정에 따라 경정 이하 시험 승진 비율을 줄이면서 시험 승진 경쟁률 역시 지난해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각 50%로 동등했던 심사승진, 시험승진 비율을 2026년까지 30%로 축소한 데 따른 것이다.

총경 승진 예정자들의 인사 갈증은 더욱 크다.

일선 서장 발령을 앞두고 있는 총경급 지역경찰청 참모진 대부분이 정년을 1년 남짓 남겨두고 있어서다. 실제 이들의 6개월 공로연수 기간을 제외하면 남은 기간은 6개월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서장들은 ‘득’을, 지역 경찰청 참모진들은 ‘실’을 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은 ‘계급 정년’을 고려해 정기인사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경찰의 계급 정년은 경정 14년, 총경 11년 경무관 6년 등이다. 해당 기간 내 승진을 하지 못하면 당연퇴직사유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계엄사태에 경찰이 연관돼 있다보니 인사에 대한 언급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이 경찰관들의 말이다.

광주지역 한 경감은 “계엄으로 인해 정국이 뒤숭숭하고 이번 사태에 경찰이 연관돼 있다보니 다들 입밖으로 인사에 대한 말은 차마 꺼내지 못하고 분위기만 살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정례브리핑에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인사가 미뤄졌다. 법적으로 경정 이하 인사를 3월 안으로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기한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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