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설레게하는 명품전] 불꽃같은 삶과 예술 ‘세기의 거장’을 만나다
2025년 01월 05일(일) 18:55 가가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
3월16일까지 서울 한가람 미술관
네덜란드 크륄러 뮐러 미술관 소장품
비운의 천재 화가 고흐의 마지막 10년
작품 변천과정 5개 연대기 테마로 구성
비엔나 1900년, 꿈꾸는 예술가들
3월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3월16일까지 서울 한가람 미술관
네덜란드 크륄러 뮐러 미술관 소장품
비운의 천재 화가 고흐의 마지막 10년
작품 변천과정 5개 연대기 테마로 구성
비엔나 1900년, 꿈꾸는 예술가들
3월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다사다난했던 갑진년이 저물고 희망찬 2025년이 밝았다. 새해벽두부터 연말연시와 겨울방학 특수를 겨냥한 블록버스터 전시가 국내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반 고흐 미술관과 레오폴트 미술관을 옮겨 놓은 듯한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과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기획전이 그것이다. 이들 전시는 국내에선 접하기 힘든 세기의 거장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년 나들이를 떠나기에 좋다.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
‘그림 그리는 일은 내게 구원과 같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더라면 지금 보다 더 불행했을 테니까’(1887년 여름)
전시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푸른 색 벽면에 선명히 적힌 글귀가 눈에 띈다. 평생을 가난과 고독 속에 살았던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의 일부다. 10년 동안 화가로 살면서 단 한점의 그림 밖에 팔지 못하고, 결국 권총 자살로 37살이라는 짧은 삶을 마감했지만 ‘그림을 그릴 수 있어 행복했다’는 고백 앞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난달 중순, ‘불멸의 화가 반 고흐’(2024년 11월29일~3월16일)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은 비운의 천재화가 고흐의 마지막 10년을 되돌아 보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영하의 날씨에도 전시장 안은 거장의 격정적인 삶과 예술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지난 2007년, 2012년 이후 국내에서 세번째로 열린 회고전이지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답게 ‘편안한’ 감상이 어려울 만큼 관람 인파로 북적였다.
HMG, MBN과 서울센터뮤지엄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엄선한 70점을 한자리에 모은 것으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반 고흐의 예술여정을 조명하는 기념비적인 자리다. 1938년 설립된 크뢸러 뮐러 미술관은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과 더불어 반 고흐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곳이다.
이번 전시는 반 고흐 작품의 탄생과 변천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5개의 연대기적 테마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첫번째 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네덜란드 시기(1881~1885년)다. 1881년 헤이그에서 18개월간 수련을 거쳐 첫 유화를 그린 반 고흐는 초기작품인 ‘밀짚모자가 있는 정물화’와 1883년 가난한 농민들에 주목한 ‘감자 먹는 사람들’을 남겼다. 특히 1883년 뉘넨으로 이주한 후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한 대표작으로 꼽힌다.
두번째 장은 빛을 발견한 파리 시기(1886~1888)이다. 1883년 3월, 파리로 건너간 반 고흐는 2년간 테오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의 화풍을 정립시켰다. 당시 파리를 휩쓸던 인상파와 신인상파의 영향이 그것으로, 반 고흐가 남긴 30여점의 자화상 가운데 25점이 이 때 제작된 작품들이다.
세번째 장은 색채를 발견한 아를 시기(1888~1889)이다. 1888년 2월 남프랑스의 작은 도시 아를에 도착한 반 고흐는 뜨거운 태양 아래 강렬한 색채를 통해 인물화와 풍경화를 그리는 등 화풍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고갱과 얽힌 비극적인 사건으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그는 이 시기 이후 내면적 고뇌와 불안감을 화폭에 드러냈다.
네번째 장은 자연으로 돌아간 생레미 시기(1889~1890)이다. 이 곳에서 1년간 생활한 반 고흐는 자연 속에서 색채회화의 완성을 이뤄낸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와의 작품을 모방한 ‘착한 사마리아인’이 그중의 하나로, 구원과 영혼의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마지막 장은 삶의 종착지였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1890)다. 생레미에서 오베르 쉬르에 정착한 그는 ‘나는 아무데도 쓸모가 없는 인간인가’라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끝모를 고통 속에서도 70여 일 동안 80여 점의 유화를 완성할 만큼 반 고흐의 길지 않은 예술여정에서 불꽃같은 시기이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꽃이 핀 밤나무’, ‘가셰박사의 초상(파이프를 든 남자)’ 드로잉을 보며 불멸의 예술혼을 남긴 천재화가의 드라마틱한 삶에 찬사를 보낸다.
#비엔나 1900년, 꿈꾸는 예술가들
국립중앙박물관과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2024년 11월30~2025년 3월3일)전은 19세기 말 비엔나를 무대로 자유와 변화를 꿈꿨던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모은 매머드 전시다.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도전과 혁신의 시대인 1900년의 비엔나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번 기획전은 당시 비엔나가 지닌 문화사적 의미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레오폴트 미술관은 오스트리아의 예술품 수집가였던 루돌프 레오폴트(1925∼2010)와 엘리자베트 레오폴트(1926∼2024) 부부가 기증한 5천200여점의 미술품을 바탕으로 2001년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개관했다. 이 미술관은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의 작품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곳이기도 하다.
전시는 레오폴트 미술관 소장품을 통해 미술과 음악,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던 19세기 말 빈의 예술과 문화를 조명한다. 레오폴트 미술관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에곤 실레의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1912)을 비롯해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큰 포플러 나무’, ‘수풀 속 여인’, 오스카 코코슈카의 ‘헤르만 슈바르츠발트’ 등이 국내에서 처음 일반에 선보인다.
전시는 프롤로그와 함께 총 5부로 구성됐다. 특히 프롤로그, 비엔나에 분 자유의 바람’에서는 비엔나 대도시 확장 프로젝트를 배경으로 명성을 얻은 화가 구스타프 클림프가 스타트를 끊는다. 전통적인 아카데미 화법을 구사하던 클림트가 인물화에서 다양한 구도를 실험하고 인상주의 등의 유럽미술영향을 받아 점차 ‘클림트 다운’ 특징들이 나타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1900년 비엔나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꿈꾸는 예술가’들에 초점을 맞췄다. 비엔나 분리파의 수장인 클림트에서 부터 콜로만 모저, 요제프 호프만, 리하르트 게르스톨, 오스카 코코슈카, 에곤 실레 등 19세기 말 예술의 자유를 찾아 떠났던 예술가들의 열정적인 도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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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자화상’ |
‘그림 그리는 일은 내게 구원과 같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더라면 지금 보다 더 불행했을 테니까’(1887년 여름)
전시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푸른 색 벽면에 선명히 적힌 글귀가 눈에 띈다. 평생을 가난과 고독 속에 살았던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의 일부다. 10년 동안 화가로 살면서 단 한점의 그림 밖에 팔지 못하고, 결국 권총 자살로 37살이라는 짧은 삶을 마감했지만 ‘그림을 그릴 수 있어 행복했다’는 고백 앞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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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 ‘수풀 속 여인’ |
이번 전시는 반 고흐 작품의 탄생과 변천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5개의 연대기적 테마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첫번째 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네덜란드 시기(1881~1885년)다. 1881년 헤이그에서 18개월간 수련을 거쳐 첫 유화를 그린 반 고흐는 초기작품인 ‘밀짚모자가 있는 정물화’와 1883년 가난한 농민들에 주목한 ‘감자 먹는 사람들’을 남겼다. 특히 1883년 뉘넨으로 이주한 후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한 대표작으로 꼽힌다.
두번째 장은 빛을 발견한 파리 시기(1886~1888)이다. 1883년 3월, 파리로 건너간 반 고흐는 2년간 테오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의 화풍을 정립시켰다. 당시 파리를 휩쓸던 인상파와 신인상파의 영향이 그것으로, 반 고흐가 남긴 30여점의 자화상 가운데 25점이 이 때 제작된 작품들이다.
세번째 장은 색채를 발견한 아를 시기(1888~1889)이다. 1888년 2월 남프랑스의 작은 도시 아를에 도착한 반 고흐는 뜨거운 태양 아래 강렬한 색채를 통해 인물화와 풍경화를 그리는 등 화풍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고갱과 얽힌 비극적인 사건으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그는 이 시기 이후 내면적 고뇌와 불안감을 화폭에 드러냈다.
네번째 장은 자연으로 돌아간 생레미 시기(1889~1890)이다. 이 곳에서 1년간 생활한 반 고흐는 자연 속에서 색채회화의 완성을 이뤄낸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와의 작품을 모방한 ‘착한 사마리아인’이 그중의 하나로, 구원과 영혼의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마지막 장은 삶의 종착지였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1890)다. 생레미에서 오베르 쉬르에 정착한 그는 ‘나는 아무데도 쓸모가 없는 인간인가’라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끝모를 고통 속에서도 70여 일 동안 80여 점의 유화를 완성할 만큼 반 고흐의 길지 않은 예술여정에서 불꽃같은 시기이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꽃이 핀 밤나무’, ‘가셰박사의 초상(파이프를 든 남자)’ 드로잉을 보며 불멸의 예술혼을 남긴 천재화가의 드라마틱한 삶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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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착한 사마리아인들’ |
국립중앙박물관과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2024년 11월30~2025년 3월3일)전은 19세기 말 비엔나를 무대로 자유와 변화를 꿈꿨던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모은 매머드 전시다.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도전과 혁신의 시대인 1900년의 비엔나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번 기획전은 당시 비엔나가 지닌 문화사적 의미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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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레오폴트 미술관 전경 |
전시는 레오폴트 미술관 소장품을 통해 미술과 음악,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던 19세기 말 빈의 예술과 문화를 조명한다. 레오폴트 미술관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에곤 실레의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1912)을 비롯해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큰 포플러 나무’, ‘수풀 속 여인’, 오스카 코코슈카의 ‘헤르만 슈바르츠발트’ 등이 국내에서 처음 일반에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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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관람객들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을 둘러보고 있다. /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 |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1900년 비엔나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꿈꾸는 예술가’들에 초점을 맞췄다. 비엔나 분리파의 수장인 클림트에서 부터 콜로만 모저, 요제프 호프만, 리하르트 게르스톨, 오스카 코코슈카, 에곤 실레 등 19세기 말 예술의 자유를 찾아 떠났던 예술가들의 열정적인 도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