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선수 고작 7명…조대여고 핸드볼 ‘기적의 결승행’
2025년 10월 22일(수) 21:00
전국체전 여자 18세 이하부 준결승서 무안고에 17-16 역전승
교체할 선수도 없이 이룬 쾌거…23일 인천비즈니스고와 격돌

조대여고가 교체 멤버 없이 7명의 선수로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핸드볼 여자 18세 이하부 결승 진출을 이뤘다. 왼쪽부터 안경보 코치, 채민화, 정윤서, 윤별, 임교연, 정유진, 이지은, 박소망, 정대성 감독.

경기 종료를 27초 남겨둔 상황에서 작전 타임을 알리는 버저가 울렸다. 양 쪽 벤치에서 분주하게 작전이 내려졌고, 관중석에서는 긴장감 가득한 침묵이 흘렀다.

22일 부산 스포원파크 금정실내체육관에서는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핸드볼 여자 18세 이하부 준결승전이 진행됐다. 빨간 유니폼을 입은 조대여고와 파란 유니폼을 착용한 무안고, 광주와 전남의 맞대결이었다.

초반 흐름은 무안고가 주도했다. 무안고는 3점 차를 유지하면서 초반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조대여고가 착실하게 추격에 나서면서 9-10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후반 시작 1분 만에 10-10 동점을 만든 조대여고는 정유진의 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경기는 엎치락뒤치락하면서 16-16까지 이어졌다. 27초를 남겨두고 잠시 호흡을 골랐던 두 팀은 다시 코트에 올랐다.

무안고의 공세를 막은 조대여고, 채민화가 왼쪽에서 몸을 날려 슛을 시도했고 이내 골망이 흔들렸다.

승리를 직감한 조대여고 선수들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수비를 위해 마지막 전력 질주를 했고, 이내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다. 조대여고 선수들은 서로를 껴안고 “열심히 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노력으로 만든 기적의 승리였다.

22일 부산 스포원파크 금정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핸드볼 여자 18세 이하부 조대여고와 무안고의 준결승전. 16-16으로 맞선 후반 29분 조대여고 채민화가 승리를 확정하는 골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이 코트에 있을 때 조대여고 벤치는 비어 있었다. 7명의 선수가 대회에 출전했고, 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달려야 했다. 교체 선수가 없는 만큼 주장 윤별은 ‘부상’과 ‘파울’을 외치면서 대회를 치러왔다.

윤별은 “너무 힘들었는데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서로 믿어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집중하자’는 말을 100번은 한 것 같다”며 “선수가 없으니까 우선 목표가 다치지 않는 것이었다. 퇴장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퇴장 조심하라고 100번은 말한 것 같다”고 웃었다.

또 “우리가 멘털이 약해서 계속 집중하자고 하고, 잘했다고 격려하면서 왔다. 자신감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려고 했다”며 “마지막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발목이 부러져도 뛸 각오로 죽기 살기로 하겠다”고 혼신의 결승전을 다짐했다.

결승골을 장식한 채민화는 “골을 못 넣을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보고 때려서 들어가서 기분이 좋았다”며 “다 같이 똘똘 뭉쳐서 할 수 있었던 게 힘이었다”고 말했다.

골대를 듬직하게 지킨 임교연은 “드디어 이겼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점수 차 많이 나도 뒤집히는 경기도 많으니까 끝까지 하려고 했다”고 언급했다.

‘분위기 메이커’ 정유진은 “믿기지 않는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고 승리를 기뻐했다.

정윤서도 “노력한 만큼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하고 뜻깊은 경기였다. 똘똘 뭉쳐서 하니까 좋은 결과 만들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은과 박소망은 ‘자매 선수’로 전국체전에 나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지은의 친언니는 광주도시공사 이아현이다. 아버지는 광주체고 육상 도약 종목의 이기열 코치로 역시 전국체전에 참가하고 있다.

이지은은 “결승 처음 가보는 것이라서 좋다. 모두 다 열심히 해서 결과가 나왔다. 언니가 열심히 하라고 했다. 이기면 맛있는 사준다고 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박소망도 삼척시청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사랑과 자매다.

“언니가 왜 그렇게 하냐고 조언을 많이 해준다”며 웃음을 터트린 박소망은 “많이 승부했던 팀인데 다 열심히 뛰어줬다. 3학년 마지막 대회 잘 마무리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적의 질주를 펼친 조대여고는 23일 오전 10시 16명의 선수를 앞세운 인천비즈니스고와 결승 무대를 갖는다.

안경보 코치는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줘서 좋은 결과 나왔다. 부상자도 있었는데 체전 준비하면서 선수들이 끝까지 믿고 해줘서 여기까지 왔다”며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경기 보여드리겠다”고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부산 글·사진=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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