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인력 남겼다지만…환자들 “의료 셧다운 될라” 불안
2024년 08월 29일(목) 19:50
조선대병원 보건의료노조 파업 현장
접수 대기시간 연장 등 불편 호소
“왜 이럴 때 아플까” 한숨 짓기도
추석 앞두고 의료공백 올까 우려
한켠에선 “간호사 고충 이해한다”

29일 광주시 동구 조선대병원 로비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 조선대병원 지부가 총파업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나명주기자mjna@kwangju.co.kr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선대병원지부가 무기한 총파업을 시작한 29일 오전 조선대병원 1층 로비는 어수선했다.

오전 10시 조합원이 총파업 기자회견을 열고난 뒤 간호사들 마저 의료현장을 떠나자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의료 셧다운’을 우려했다.

노조원이 총파업 출정식을 환자와 보호자가 드나드는 1층 로비에서 여는 바람에 공간이 좁아진 접수처에는 병원을 찾은 환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기 중이던 한 남성은 “접수 번호판이 안보이니 비켜라. 환자들 불편하게까지 하면서 이게 뭐하는 거냐”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환자와 가족은 노조원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조선대병원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는 한 노조원이 “병원이 영양사를 추가로 채용하지 않아 점심 먹을 시간도 없다”면서 “퇴근 후에도 집에서 업무를 하는 상황이며 결혼한 영양사는 가정도 챙기지 못하고있다”고 호소하자 일부 환자들은 안타깝게 쳐다봤다.

하지만 조선대병원 곳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환자와 가족은 불안감을 토로했다. 그동안 전공의들이 빠진 공간을 메워왔던 간호사들마저 파업을 하고 의료현장을 떠난다는 소식에 걱정을 앞세우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내가 응급실에 입원해 있다는 최모(65)씨는 “환자를 가장 가까이서 돌보는 건 간호사들인데 아무리 필수인력을 남기고 파업을 한다해도 인력이 부족하게 되면 응급환자들을 돌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병원비는 그대로인데 전문성이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면 환자와 가족들은 병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고개를 저었다.

뇌출혈 치료를 받기 위해 순창에서 온 김병초(80)씨도 “고향에 큰 병원이 없어 광주까지 왔는데, 파업 소식에 믿을 구석이 없어지는 기분”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미 공백이 현실이 됐다는 환자들의 고충담도 나오고 있다.

안과 치료를 받기 위해 오전 7시부터 병원을 찾은 김순덕(여·90)씨는 “접수처 인력이 줄어들어서 평소보다 1시간 더 기다렸다”면서 “벌써부터 간호사들이 빠진 공백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전 조선대병원에서 남편이 전립선 수술을 했다는 유모(여·70)씨는 “의사와 간호사가 파업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막상 가족 중에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있다 보니 혹여 제때 치료받지 못할까 걱정된다”면서 “특히 추석이 닥치면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명절이라 인력도 많이 줄어들 텐데 크게 아프기라도 할까 조마조마하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일부 환자와 가족들 사이에서는 간호사들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병원과 정부가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켜온 간호사들의 희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흥에서 척추 측만증 수술을 받으러 온 이모(여·66) 씨의 보호자 한모(41)씨는 “자식 같은 간호사들이 로비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있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조금 불편해지더라도 파업도 그들의 권리인 만큼 응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과 병원을 찾은 김연화(여·84)씨도 “손녀 두 명이 전남대 간호학과를 다니고 있어서 간호사들이 꼭 손녀 같고, 의사들 대신 빈 자리를 채웠던 걸 생각하면 이번 파업을 지지해주고 싶다”면서 “환자들 불편을 막기위해 간호사들의 목소리에 정부와 병원이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유방암 수술을 받은 문모(여·44)씨는 “의사 파업에 이어 간호사들까지 파업을 선언하니 ‘왜 하필 이럴 때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불안하다”면서 “하지만 간호사들과 직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못 받고 기계처럼 소모되기만 한다면 결국 병원 서비스가 저하돼 환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들을 위해 인력을 더 채용하든지 돈을 더 주든지 해야한다”고 노조의 편을 들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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