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구한 시니어 의사, 계약기간 못 채우고 떠났다
2025년 12월 28일(일) 19:55 가가
2025 결산 뉴스 플러스
<4> 시니어 의사도 못 구하는 열악한 지역 의료 현실
진도군 채용 의사 3개월 만에 퇴사
영암·신안·해남 지원자 아예 없어
강진·구례 기존 근무 의사 재고용
지역보건소 내년 의사 확보 골머리
전남도 한계 인식하고 개선책 검토
<4> 시니어 의사도 못 구하는 열악한 지역 의료 현실
진도군 채용 의사 3개월 만에 퇴사
영암·신안·해남 지원자 아예 없어
강진·구례 기존 근무 의사 재고용
지역보건소 내년 의사 확보 골머리
전남도 한계 인식하고 개선책 검토
전남의 ‘의료 취약지’ 현실을 극복하고자 진도군보건소가 우여곡절 끝에 ‘시니어 의사’를 1명 채용<광주일보 7월 3일 6면 등>했지만 계약 기간을 못 채우고 떠났다.
지역 보건소에서는 어렵게 채용한 의사마저 진료 도중 보건소를 떠나는 마당에, 의·정갈등 여파로 공중보건의 수급조차 불투명한 내년에는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28일 진도군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규 채용돼 근무를 시작한 경북 출신의 시니어 의사가 지난 17일 퇴사했다.
보건복지부 ‘시니어 의사 활용 지원 사업’을 통해 채용된 의사로, 60세 이상 경력 10년 이상 전문의로서 월 1100만원(전일) 또는 월 400만원(시간제)의 채용 지원금을 받고 근무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하지만 해당 의사는 계약 기간을 보름 정도 앞두고 개인적 사유로 사표를 냈다.
진도군보건소는 전남 지역 보건소 가운데 유일하게 시니어 의사를 새로 채용했지만, 결국 3개월여 만에 다시 의료 공백을 맞이하게 됐다.
앞서 영암·신안·해남군 보건소는 2개월여 동안 모집 공고를 냈지만 한 명도 지원하는 의사가 없어 채용을 하지 못했다. 강진의료원과 구례군보건의료원은 기존에 근무하던 영상의학과와 산부인과 의사를 시니어 의사로 재고용하면서 겨우 인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신규 채용’은 아니었다.
진도군 관계자는 “공중보건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니어 의사가 채용돼 의사 인력난의 일부분은 해소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웠다”면서 “내년에도 같은 근무 조건으로 의사 채용 재공고를 낼 계획이지만, 지원자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 보건소들은 내년에라도 시니어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내년에는 공중보건의 인원이 의사 파업 등의 영향으로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의료공백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안군은 공중보건의 감소 가능성을 우려해 지난주 내년 시니어 의사 사업 신청서를 제출했다.
영암군 보건소도 지난 22일 의료인 채용 플랫폼 ‘닥터링크’에 시니어의사 전문의 채용 공고글을 미리 게시했다. 올해 주 3일 시간제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했으나 지원자가 없어 사업비를 반납했던 영암군은 내년에는 전일제로 전환하고 군비를 추가 투입해 인건비를 일부 인상하겠다는 대책도 세웠다.
지자체들은 재정 부담과 지역 기피 현상이 남아있는 한 의료 인력을 채워넣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제시된 급여의 절반을 군에서 부담해야 하는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에겐 그마저도 큰 부담이다. 국비 지원 없이 의사를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이나 강원권만 가도 더 나은 조건의 일자리가 많아, 봉사 정신이 아니면 도서 지역으로 내려오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남도는 시니어 의사 지원 사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개선책을 검토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체 의사의 50.9%가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고 의료기관의 72.3%가 수도권과 광역시에 집중돼 사명감과 봉사정신이 아니면 지역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최대한 지역 의사회를 통한 인맥을 동원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내년부터 시니어의사 지원 사업 대상을 기존 의료취약지 보건소와 지방의료원에서 서울을 제외한 전국 보건소와 보건의료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6개월이었던 지원 기간도 내년부터는 최대 12개월로 늘어난다.
또 올해는 2차 모집에서 전문의 자격 요건을 일반의로 완화했으며, 내년부터는 처음부터 일반의 자격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근무 인력의 연속 지원이 가능해지고, 시니어 의사를 채용하지 못해 사업비를 반납했던 보건소를 포함한 신규 모집은 내년 1월 중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현재 내년도 사업 지침 초안에 대한 시·도 의견을 수렴 중이며, 최종 지침은 1월께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업 대상은 확대되지만 의료 취약 정도를 고려해 선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끝>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지역 보건소에서는 어렵게 채용한 의사마저 진료 도중 보건소를 떠나는 마당에, 의·정갈등 여파로 공중보건의 수급조차 불투명한 내년에는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시니어 의사 활용 지원 사업’을 통해 채용된 의사로, 60세 이상 경력 10년 이상 전문의로서 월 1100만원(전일) 또는 월 400만원(시간제)의 채용 지원금을 받고 근무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하지만 해당 의사는 계약 기간을 보름 정도 앞두고 개인적 사유로 사표를 냈다.
앞서 영암·신안·해남군 보건소는 2개월여 동안 모집 공고를 냈지만 한 명도 지원하는 의사가 없어 채용을 하지 못했다. 강진의료원과 구례군보건의료원은 기존에 근무하던 영상의학과와 산부인과 의사를 시니어 의사로 재고용하면서 겨우 인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신규 채용’은 아니었다.
전남 지역 보건소들은 내년에라도 시니어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내년에는 공중보건의 인원이 의사 파업 등의 영향으로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의료공백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안군은 공중보건의 감소 가능성을 우려해 지난주 내년 시니어 의사 사업 신청서를 제출했다.
영암군 보건소도 지난 22일 의료인 채용 플랫폼 ‘닥터링크’에 시니어의사 전문의 채용 공고글을 미리 게시했다. 올해 주 3일 시간제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했으나 지원자가 없어 사업비를 반납했던 영암군은 내년에는 전일제로 전환하고 군비를 추가 투입해 인건비를 일부 인상하겠다는 대책도 세웠다.
지자체들은 재정 부담과 지역 기피 현상이 남아있는 한 의료 인력을 채워넣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제시된 급여의 절반을 군에서 부담해야 하는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에겐 그마저도 큰 부담이다. 국비 지원 없이 의사를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이나 강원권만 가도 더 나은 조건의 일자리가 많아, 봉사 정신이 아니면 도서 지역으로 내려오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남도는 시니어 의사 지원 사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개선책을 검토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체 의사의 50.9%가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고 의료기관의 72.3%가 수도권과 광역시에 집중돼 사명감과 봉사정신이 아니면 지역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최대한 지역 의사회를 통한 인맥을 동원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내년부터 시니어의사 지원 사업 대상을 기존 의료취약지 보건소와 지방의료원에서 서울을 제외한 전국 보건소와 보건의료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6개월이었던 지원 기간도 내년부터는 최대 12개월로 늘어난다.
또 올해는 2차 모집에서 전문의 자격 요건을 일반의로 완화했으며, 내년부터는 처음부터 일반의 자격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근무 인력의 연속 지원이 가능해지고, 시니어 의사를 채용하지 못해 사업비를 반납했던 보건소를 포함한 신규 모집은 내년 1월 중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현재 내년도 사업 지침 초안에 대한 시·도 의견을 수렴 중이며, 최종 지침은 1월께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업 대상은 확대되지만 의료 취약 정도를 고려해 선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끝>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