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유롭고 현란한 ‘광시곡’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2024년 08월 18일(일) 19:20 가가
세종솔로이스츠 ‘바이올린 엑스트라바간자’
뉴욕필 프랭크 황·메트로폴리탄 데이비드 챈·함부르크 다니엘 조 협연
낭만·위트 깃든 레오나르드 ‘스페니쉬 풍의 세레나데 유모레스크’ 인상적
뉴욕필 프랭크 황·메트로폴리탄 데이비드 챈·함부르크 다니엘 조 협연
낭만·위트 깃든 레오나르드 ‘스페니쉬 풍의 세레나데 유모레스크’ 인상적
협연자로 나선 다니엘 조의 활시위에서 선율이 피어난다. 규칙적 속주인 트레몰로부터 트릴까지… 다채로운 테크닉이 펼쳐지는 동안 객석은 그 어떤 소음도 없는 뮤트(mute·음소거) 상태다.
데이비드 챈은 표현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하이 음으로, 프랭크 황은 밸런스 잡힌 바이올린 탄주로 객석을 사로잡는다. 저마다 개성 있지만 조화로운 멜로디는 화이부동의 경지 그 자체.
이날 세 비르투오소(명장)가 들려준 자유로운 랩소디를 묘사하기에 ‘광시곡(엑스트라바간자)’보다 적절한 말은 없을 것 같다.
지난 17일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에서 ‘바이올린 엑스트라바간자’ 공연이 펼쳐졌다. 창단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가 형식과 내용에서 자유분방한 기악곡인 광시곡(狂詩曲)을 주제로 선보인 무대였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랭크 황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소속 데이비드 챈, 함부르크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다니엘 조까지 세 명 악장이 협연자로 출연했다. 그들이 국제무대에서 쌓아온 음악적 아성을 확인하려는 클래식필의 기대감이 공연장에 감돌았다.
공연은 프랭크 브리지의 ‘왈츠 인터메조’로 막을 올렸다. 비탄으로 시작해 우아미로 끝나는 기승전결이 인상적이었으며 현악 주자들은 외성과 내성 파트로 나눠 충실하게 합주했다. 소리를 얹어 가며 만드는 화성과 잔향도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비발디 곡 ‘세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F장조, RV 511’ 차례가 되자 세 악장들이 무대에 올랐다.
다니엘은 바이올린 주자들 곁에 섰으며 프랭크는 콘트라베이스 옆에, 데이비드는 중간에 자리했다.
트리오는 마치 단 한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것처럼 독립적인 선율을 들려줬다. 조와 챈, 챈과 황 그리고 황과 조의 듀오 조합을 통한 다채로운 합주도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소규모 실내악 편성으로 지휘자가 부재해 반주가 조금 빨라지는 대목도 있었다. 그럼에도 세 악장은 자신들의 ‘친정’ 악단인 세종솔로이스츠 단원들과 자연스럽게 음계를 주고받았다.
특유의 낭만과 위트가 깃들어 있는 레오나르드 ‘스페니쉬 풍의 세레나데 유모레스크’도 울려 퍼졌다. 데이비드의 리드가 돋보인 이 작품은 예측불허의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b플랫 정도로 흘러갈 것 같은 음계에서는 갑작스레 튀는 음이 등장했다. 이는 소리의 부조화라기보다 악곡의 매력을 배가시켰는데 장조와 단조의 선법이 뒤섞인 듯한, 음형에 자유로운 광시곡만의 관능미를 선사했다.
첼로 두 대와 여섯 대 바이올린 등으로 편성한 골리호프 곡 ‘마지막 라운드’에 이르러서는 음악적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세 명씩 좌우에 배치된 현악 주자들이 열정적으로 소리를 주고받았고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악곡 중·후반부에는 활대가 악기를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 다소 거슬렸다. 그러나 한참이 지난 후에야 과장된 페르마타(늘임)와 찰현악기 현을 퉁기는 피치카토 기법 등이 의도된 주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대미를 장식한 곡은 현악 앙상블의 균형미가 압권인 멘델스존 ‘현악 8중주 Op.20’. 알레그로 모데라토에서 안단테, 스케르초풍 발랄함과 격양된 프레스토로 연계되는 흐름은 어떤 미사여구 없이도 화려했다.
현악 8중주에 대해서 멘델스존은 “이 작품은 모든 악기가 관현악 스타일로 연주해야 하고, 피아노와 포르테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를 유념하듯 오케스트라는 균형미와 대위법을 준수하며 연주를 했다.
여름날 비까지 쏟아져 현이 온·습도 영향을 받았을 수 있음에도, 연주자들은 현악 옥텟(8중주)을 충실하게 재현해 멘델스존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했다는 평가다.
다만 지역에서 보기 드문 라인업, 레퍼토리를 이날 단 하루 펼쳐보였음에도 생각보다 빈 객석이 눈에 들어온 점은 다소 아쉬웠다. 향후 저렴한 관람료(1만원) 외에도 관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데이비드 챈은 표현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하이 음으로, 프랭크 황은 밸런스 잡힌 바이올린 탄주로 객석을 사로잡는다. 저마다 개성 있지만 조화로운 멜로디는 화이부동의 경지 그 자체.
지난 17일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에서 ‘바이올린 엑스트라바간자’ 공연이 펼쳐졌다. 창단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가 형식과 내용에서 자유분방한 기악곡인 광시곡(狂詩曲)을 주제로 선보인 무대였다.
이어 비발디 곡 ‘세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F장조, RV 511’ 차례가 되자 세 악장들이 무대에 올랐다.
다니엘은 바이올린 주자들 곁에 섰으며 프랭크는 콘트라베이스 옆에, 데이비드는 중간에 자리했다.
트리오는 마치 단 한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것처럼 독립적인 선율을 들려줬다. 조와 챈, 챈과 황 그리고 황과 조의 듀오 조합을 통한 다채로운 합주도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소규모 실내악 편성으로 지휘자가 부재해 반주가 조금 빨라지는 대목도 있었다. 그럼에도 세 악장은 자신들의 ‘친정’ 악단인 세종솔로이스츠 단원들과 자연스럽게 음계를 주고받았다.
특유의 낭만과 위트가 깃들어 있는 레오나르드 ‘스페니쉬 풍의 세레나데 유모레스크’도 울려 퍼졌다. 데이비드의 리드가 돋보인 이 작품은 예측불허의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b플랫 정도로 흘러갈 것 같은 음계에서는 갑작스레 튀는 음이 등장했다. 이는 소리의 부조화라기보다 악곡의 매력을 배가시켰는데 장조와 단조의 선법이 뒤섞인 듯한, 음형에 자유로운 광시곡만의 관능미를 선사했다.
첼로 두 대와 여섯 대 바이올린 등으로 편성한 골리호프 곡 ‘마지막 라운드’에 이르러서는 음악적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세 명씩 좌우에 배치된 현악 주자들이 열정적으로 소리를 주고받았고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악곡 중·후반부에는 활대가 악기를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 다소 거슬렸다. 그러나 한참이 지난 후에야 과장된 페르마타(늘임)와 찰현악기 현을 퉁기는 피치카토 기법 등이 의도된 주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대미를 장식한 곡은 현악 앙상블의 균형미가 압권인 멘델스존 ‘현악 8중주 Op.20’. 알레그로 모데라토에서 안단테, 스케르초풍 발랄함과 격양된 프레스토로 연계되는 흐름은 어떤 미사여구 없이도 화려했다.
현악 8중주에 대해서 멘델스존은 “이 작품은 모든 악기가 관현악 스타일로 연주해야 하고, 피아노와 포르테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를 유념하듯 오케스트라는 균형미와 대위법을 준수하며 연주를 했다.
여름날 비까지 쏟아져 현이 온·습도 영향을 받았을 수 있음에도, 연주자들은 현악 옥텟(8중주)을 충실하게 재현해 멘델스존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했다는 평가다.
다만 지역에서 보기 드문 라인업, 레퍼토리를 이날 단 하루 펼쳐보였음에도 생각보다 빈 객석이 눈에 들어온 점은 다소 아쉬웠다. 향후 저렴한 관람료(1만원) 외에도 관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