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 -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현정 옮김
2024년 02월 18일(일) 10:00 가가
환경·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건 ‘공동체 의식’
지난 2021년 7월 독일 서부지역에서 대홍수가 발생했을 때 일이다. 한 빵집이 침수될 위기에 처했다. 빵집을 운영하는 가족이 친구와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빵집으로 달려와 모래주머니를 쌓고, 일렬로 서서 물이 담긴 양동이를 전달했다. 비가 그치고 수위가 낮아지자 제빵사들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빵을 구웠다.
평소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이 위기상황에서 공동체 의식을 발현하는 까닭은 ㅇㅙㄹ까? 독일 과학 저널리스트 울리히 슈나벨은 신간 ‘투게더’에서 10개 장으로 나눠 재난상황에서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공동체 의식’에 대해 살핀다. ‘공동체 의식’이라는 용어는 라틴어 ‘센수스 코무니스’(Sensus Communis·공동 감각)에서 파생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뿌리 네트워크를 결성해 어떠한 거센 폭풍우에도 살아남는 ‘자이언트 세퀘이아’를 예로 들며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동할 때 더욱 큰 기쁨을 얻곤 한다. 함께 먹고 이야기하고 즐길 때처럼 함께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종교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인간은 너로 인해 내가 된다”라는 문장으로 압축했다. 저자는 ‘고독한 천재’라는 선입견을 주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다른 물리학자들과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켰고, 상호작용에서 천재성도 생겨났다고 본다. 27년 동안 독방에 갇혔던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 또한 동료 수감자들을 통해 “우리를 지금의 우리로 만든 위대한 과거의 손길과 우리 모두를 하나를 묶어준 대의의 힘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저자는 “우리의 성공적인 진화는 무엇보다 뛰어난 집단 지능과 협력적 사고가 도움이 된 덕분이다”고 밝힌다. 180여 종의 영장류 가운데 유일하게 호모사피엔스의 흰자위가 발달한 까닭은 ‘공동 관심’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유인원은 왜 요리를 하지 않는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미국 아이오와주 보노보 침팬지의 요리 실험 결과 유인원과 호모 사피엔스의 결정적 차이는 ‘다른 사람과의 협력 능력과 이례적으로 강한 사회적 결속’이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독특한 문화적 지능과 협동적 사고력 때문이다. 동시에 인간의 사고와 의식은 이러한 끊임없는 사회적 교류를 통해 형성된다.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비로소 우리를 지금의 인격체로 만들어 준 것이다.”
자칫 ‘공동체 의식’은 나치와 차우세스쿠와 같은 독재자에 의해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치는 새로운 ‘민족 공동체’를 확고하게 만들려했고, 차우세스쿠는 잘못된 인구정책에 의해 태어난 10만여 명의 고아들에게 ‘정서적 보살핌’을 제공하지 않았다.
저자는 10장 ‘작은 우리에서 큰 우리로-공동체 의식을 위한 새로운 정책’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동체 의식 강화’를 제안한다. ‘의무적 사회봉사의 해’ 제도를 도입한 독일 사례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초사회적 존재’인 인류는 전염병과 기후변화, 환경문제, 사회 양극화라는 다양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자는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 모두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든 위대한 일은 ‘나’라는 개인에서 ‘우리’라는 공동체를 향한 발걸음에서 시작된다는 뜻이다. 그래야 개개인의 힘을 훨씬 뛰어넘는 에너지가 발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경을 초월해 인류 전체에 놓인 과제에 직면한 우리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디 이니셔티브·2만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저자는 서문에서 뿌리 네트워크를 결성해 어떠한 거센 폭풍우에도 살아남는 ‘자이언트 세퀘이아’를 예로 들며 이렇게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의 성공적인 진화는 무엇보다 뛰어난 집단 지능과 협력적 사고가 도움이 된 덕분이다”고 밝힌다. 180여 종의 영장류 가운데 유일하게 호모사피엔스의 흰자위가 발달한 까닭은 ‘공동 관심’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유인원은 왜 요리를 하지 않는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미국 아이오와주 보노보 침팬지의 요리 실험 결과 유인원과 호모 사피엔스의 결정적 차이는 ‘다른 사람과의 협력 능력과 이례적으로 강한 사회적 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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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양극화와 환경문제 등 위기 극복은 ‘공동체 의식’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달 초 총 55억3000만원(109.3도)을 모금하며 마무리 한 ‘희망2024 나눔 캠페인’.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
자칫 ‘공동체 의식’은 나치와 차우세스쿠와 같은 독재자에 의해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치는 새로운 ‘민족 공동체’를 확고하게 만들려했고, 차우세스쿠는 잘못된 인구정책에 의해 태어난 10만여 명의 고아들에게 ‘정서적 보살핌’을 제공하지 않았다.
저자는 10장 ‘작은 우리에서 큰 우리로-공동체 의식을 위한 새로운 정책’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동체 의식 강화’를 제안한다. ‘의무적 사회봉사의 해’ 제도를 도입한 독일 사례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초사회적 존재’인 인류는 전염병과 기후변화, 환경문제, 사회 양극화라는 다양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자는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 모두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든 위대한 일은 ‘나’라는 개인에서 ‘우리’라는 공동체를 향한 발걸음에서 시작된다는 뜻이다. 그래야 개개인의 힘을 훨씬 뛰어넘는 에너지가 발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경을 초월해 인류 전체에 놓인 과제에 직면한 우리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디 이니셔티브·2만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