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이루어 가는 시간-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2024년 01월 11일(목) 23:00
2024년 새해를 맞이하여 사람들이 원하는 소원들이 다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대다수 사람들이 바라는 것들은 거의 비슷한 것들이다. 연말연시 교회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게 되는데 그때 새해 바라는 것들을 적어온 내용들을 보며 목사들이 안수 기도를 하는 시간이 있다. 수년간 그 많은 성도들의 기도 제목을 살펴보면 큰 차이가 없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서,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서, 특히 부모의 경우 자녀들의 건강, 안전, 학업성취, 취업, 결혼 등의 내용은 거의 같았다. 거기에 더해서 가족의 구원과 신앙의 성장과 성숙을 바라는 소원들이 이루어지기를 적은 기도들이었다.

작년에 있었던 교육부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초, 중, 고교생의 희망 직업을 살펴보면 1위가 초등학생은 운동선수, 중학생은 교사, 고등학생도 교사였다. 2위는 초, 중학생은 의사인 반면에 고교생은 간호사였다. 그 외의 순위에 든 직업에는 유튜버, 경찰관, 요리사, 컴퓨터공학자 등이 뒤를 이었다. 10년 전에 비하여 가장 특이한 점은 군인과 공무원이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는 것과 중학생의 경우 희망직업이 없다는 답이 41.0%로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높았다고 한다. 한 때 우리나라 중학생들이 가장 바라는 장래 희망은 건물주가 1위라는 글이 있었는데 이 설문조사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2003년에 개봉한 짐캐리 주연의 ‘브루스 올마이티’라는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이다. 내가 짐캐리 배우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설교 중에 예화로도 많이 사용한다. 그 영화에 보면 기발하고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주인공이 신의 능력을 갖고 인간들의 소원을 들어 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소원들을 기록한 노란색 포스트잇이 순식간에 사방에 가득하게 되는데 일일이 읽고 답할 수 없어 결국 컴퓨터의 능력을 빌려 모두 ‘예스’해 버린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빌었던 복권 1등 당첨인데 이 소원을 빌었던 사람들 모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수 십억원의 당첨금을 바랐던 이들에게 복권 1등 당첨금이 고작 몇 천원에 불과했다.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바라는 소원이 다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가치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느린 실험이 있는데 ‘피치 낙하실험’이라는 것이다. 올해로 97년째 계속되고 있는 실험이다. 피치는 석탄, 목재, 원유와 같은 유기물질에서 추출해 점탐성을 띄는 고형의 물체이다. 쉽게 주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도로 포장에 많이 쓰이는 아스팔트를 생각하면 된다. 피치 낙하 실험은 이 피치라는 물체가 고체가 아닌 점도가 엄청나게 높은 액체라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 토머스 파넬 박사가 기획한 것이다. 1927년 시작되어 긴 기다림 끝에 한 방울이 떨어졌는데 그 기간이 무려 8년이 걸렸다. 그리고 두 번째 방울은 1947년에 떨어졌지만 파넬 박사는 두 번 다 떨어지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사망하여 이 실험은 멈추는 듯 했지만 1961년 존 메인스톤에 의해 다시 나오게 되었다. 2014년 아홉 번째 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이 영상에 기록되었다.

성경에 보면 가장 긴 시간을 두고 이루어진 소원이 있다. 기독교인의 믿음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원이 그 당시 순간에 우연히 이루어진 사건으로 고백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피조물인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과 열심으로 긴 시간을 두고 이루어 내셨다. 신약성경 에베소서 1장 4,5절을 보면 “곧 창세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라고 기록하고 있다.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은 바로 하나님의 긴 시간을 두고 이루어 낸 하나님의 소원의 결과들이다. 새해 소망이 더디 이루어 진다고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자. 그 소원을 이루어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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