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예치과 김성훈 원장 “가난 때문에 꿈·희망 접는 학생들 없어야죠”
2021년 12월 09일(목) 00:30
13년째 지역 고교생에 장학금 기부
80명에 1억1000만원…전남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세월호 피해자 가족 지원·섬 지역 무료 진료봉사도

김성훈 원장(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최근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목포 지역 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전남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제공>

“볍씨 하나를 심으면, 가을에 수백배의 알곡을 맺게 마련이죠. 이를 위해서는 농부가 88번의 손길을 줘야 한답니다. 저는 우리 지역 학생들이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88번의 손길 중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13년째 지역 고등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는 목포예치과 김성훈(57) 원장. 올해도 그의 나눔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그는 최근 목포 지역 고등학생 10명을 위한 장학금 1000만원을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노동일)에 전달했다.

김 원장은 지역학생들이 어려운 형편으로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도록 매년 장학금을 전달해 왔다. 지금까지 80명의 학생들에게 총 1억 10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김 원장이 장학금 기부를 시작한 건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통해 기숙사·레슨·도구 등 등 많은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어려운 아이들을 조금씩 도와주면 좋겠다고 담임교사에게 얘기하고 장학금 기부를 시작했어요. 기부를 하다 보니 차츰 대학이나 사회에 가서도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는 것도 보이게 됐죠. 어쩌면 그 아이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에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따뜻한 손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김 원장은 장학금뿐 아니라 세월호 피해자 및 가족 지원, 목포 지역 사회복지시설 성금 기탁, 의료 해택을 받지 못한 섬 지역 무료진료 봉사도 하고 있다. 그가 이처럼 다양한 기부·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가 계기였다.

“세월호가 마치 우리 사회와 같았어요. 우리 사회가 하나의 배라면, 우리는 모두 기관장이나 조타수, 선원으로서 일하는 사람들인 셈이죠.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뭘 해왔을까, 사회가 바르게 나아가도록 어떤 영향력을 주고 있었을까 돌아보게 됐죠.”

김 원장은 그 해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세월호 피해자 가족을 위한 지원금 1억원 기부를 약정하고 전남 제13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 원장은 지난해 초 1억원을 완납했다.

그는 뜻이 맞는 치과 의사들과 함께 매해 여름 2박 3일씩 전남 섬 지역으로 무료 진료 봉사를 다니기도 했다. 흑산도, 가거도, 하태도 등 보건·진료소가 없거나 배가 뜨기 어려운 지역을 주로 다녔다. 세월호 이후로는 진도군을 중심으로 진료 봉사를 진행했다.

“충치 치료나 무료 틀니 제공 등 봉사를 했습니다. 처음으로 틀니를 끼고 기뻐하시는 할머니 얼굴을 보면 그보다 행복할 수가 없어요. 어르신들 뿐인 섬마을에서 저희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시는걸 보면 어르신들 마음까지 치료가 되는 것 같아 보람차죠.”

올해는 그가 지난 1991년 목포에서 개업한 이후 30년을 맞은 해다. 그는 앞으로도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도움이 필요한 지역민들에게 꿈과 행복을 전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 원장은 “작은 도움이나마 아이들이 꿈을 위해 나아가는 힘이 되고, 어르신들이 더욱 건강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저 또한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자랐다. 제 나눔이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동기가 된다면 더욱 좋겠다”고 웃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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