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가 직원들의 단체복 구매 입찰<광주일보 21일자 11면 보도>을 갑자기 취소해 참여했던 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27일 나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1일 직원 상의점퍼(사계절용 점퍼 내·외피 세트. 28만원) 1714벌 약 4억8000만원 상당에 단체복 구매 입찰을 전격 취소했다고 밝혔다.

입찰 취소 이유로 “구매가격이 너무 높아 자칫 시민들에게 고가 단체복 구매 논란이 일까 염려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시는 지난 19일까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단체복 견본 제품 선호도 투표를 마무리하고 지난 21일 시청 2층 회의실에서 제안설명회 및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가 대기업 브랜드를 입찰에 참여시켜 중소기업제품 업체로부터 항의를 받고 중소기업 중앙회의 지적을 받자 입찰 품평회 진행을 중단했다.

이번 입찰 품평회에 참여한 6곳 중소기업 중 대기업 브랜드를 가지고 참여한 업체는 4곳에 이른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와 제11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장과 납품 계약을 체결한 중소기업은 직접 생산하지 아니한 제품을 납품하거나 직접 생산한 완제품에 다른 회사 상표를 부착하여 납품한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발급한 직접생산 확인 서류를 취소하도록 돼 있다.

시의 갑작스런 입찰 취소에 견본품 제작과 서류 준비 등으로 큰 피해를 본 참여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체들은 “1차 입찰공고에 ‘브랜드 확약서’항목이 있어서 항의하자 삭제하고 2차 정정 입찰공고를 냈다”며 “시에서 대기업이나 타사 상표부착이 규정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기업 브랜드를 참여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업체들은 “가격을 본인들이 정하고 본인들이 비싸다는 평가를 내려 취소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대기업 브랜드만 제외하고 품평회를 진행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특정업체를 밀어주려다가 실패하자 입찰 자체를 취소한 것으로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입찰에 참여했던 A사 관계자는 “중요한 행사도 없는데 ‘긴급 입찰공고’를 낸 것과 ‘조기납품 조건’, ‘브랜드 확약서’로 대기업제품 참여 등 1차 공고부터 이상했다”며 “행정소송을 해서라도 피해보상을 받고 또다시 이런 일로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이에 나주시 관계자는 “입찰 가격이 높은 것 같다는 의견들이 있어 입찰 취소를 했다”며 “가격을 조정하고 요건 등을 보완해 다시 입찰 공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전라남도도 직원 단체복 입찰공고에 ‘브랜드 사용 확약서’조항과‘브랜드 평점’조항이 중소기업 판로지원법에 위배된다는 중소기업들의 항으로 지난 5일과 21일 두 번에 걸쳐 문제 조항을 삭제하고 지난 24일 3차 입찰공고를 낸 것으로 밝혀져 지자체들에 관련 법률 숙지가 요망된다는 지적이다.

/나주=손영철 기자 ycs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