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시작과 함께 자치단체장들의 취임식 취소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취임식 대신 단체장들의 집중호우 피해지역 현장 방문이 도미노처럼 번졌다. 키맨 역할을 한 사람이 김철우 보성군수다.

김 군수는 집중호우가 예상된다는 기상정보를 접하고 심각하다고 판단해 6월 30일 전격적으로 취임식 취소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임기가 시작되는 7월1일 0시를 기해 전 직원 비상대기 조치를 내리고 폭우피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타 자치단체장들도 예정된 취임식 대신 재난대비 활동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김 군수의 정확한 판단과 빠른 결정으로 피해 복구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읍면 단위로는 처음으로 보성읍과 회천면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김 군수는 오랜 정치 경험으로 인해 정치적 센스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판단이 빠르다보니 추진력이 좋다. 중앙 정치권의 폭넓은 인맥도 경쟁력이다. 이번 집중호우에 김부겸 행자부장관이 발빠르게 피해 현장을 찾고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이끌어 낸 것도 일정부분 인맥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이다. 지난 6·13지방선거때는 추미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대거 지원유세에 나서 폭넓은 인맥을 증명했다.

김 군수 자신도 중앙 인맥이 보성의 자산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보성 발전을 위해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며 임기 초반에는 인기 위주의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재선을 위한 인기정책은 지양하고 오직 보성의 현안사업에 올인해 지역발전을 이끌겠다는 다짐이다.

-집중호우 피해복구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나.

▲지난번 폭우로 보성읍과 회천면에 10억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지난 18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민관이 힘을 합쳐 복구에 나선 결과 농경지를 제외하고 85%이상 복구가 완료됐다. 피해 사실이 확인된 주민 1200여명에게는 재난지원금 9억3300만원이 곧 지급될 예정이다.

-군정 운영 방향과 역점을 둘 사업이 있다면.

▲‘꿈과 희망이 넘치는 희망찬 보성’이 슬로건이다. 희망찬 보성을 만들기 위해 △더불어 행복한 복지사회 △고소득 친환경 농림어업 △군민을 섬기는 열린행정 △특성을 살리는 문화관광 △활력이 넘치는 지역경제라는 5대 방침을 정했다. 여기에 △미래를 키우는 교육환경 조성 △권역별 균형개발과 시설 확충을 추가해 7대 공약 72개 사업을 확정했다. 특정 사업이 아니라 약속한 공약을 최대한 이행하도록 노력하겠다.

-농수산물 가격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고 했는데 도입 배경과 효과는.

▲농어민들은 한 해 농사를 지어 판매한 돈으로 생활을 한다. 그런데 재배한 작목이 과잉생산 될 경우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아야해 생활이 어려워지게 된다. 농수산물 가격안정기금은 홍수 출하를 예방해 농어민들이 안정적으로 생활 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채소류 등 저장성이 낮은 수급불안 품목부터 시작하고 시장 평균가격 기준으로 최저가격 이하 형성시 차액을 일부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중이다. 4년간 50억원을 확보해 운영할 계획이다.

-보성의 파워 브랜드인 녹차와 꼬막산업이 위기다. 명성을 되찾을 복안은 무엇인가.

▲보성녹차의 브랜드 가치는 1조원이다. 그동안 녹차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임 군수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커피 등에 밀려 여의치 않았다. 민선 7기에선 홍보에만 치중하기 보다 다양한 제품 개발과 연구에 중점을 두고 녹차가 대량 소비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겠다. 판로개척을 위해 안정적인 유통망 구축에도 힘 쓸 생각이다. 꼬막은 생산량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어미 꼬막 남획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치패 감소로 생산량이 줄었다. 자원 회복에 초점을 맞춰 꼬막 종묘장을 건립하고 인공 종자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50억원을 들여 연안 바다목장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차원이다. 앞으로도 꼬막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득량만·순천만 권역의 생태계 회복에 집중할 계획이다.

-차밭에 대규모 공원과 레저단지 조성을 공약했다.

▲봇재와 차문화공원을 대규모 관광특구로 만들기 위해 관광지 지정 면적을 확대할 방침이다. 차문화공원 인근에 레저단지를 조성해 루지 체험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한국차박물관, 봇재 건물, 차식물원, 청소년수련관을 산책로, 조형공원, 벽천호수, 트릭아트 등 콘텐츠로 채워 자연스럽게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겠다.

-보성을 남북 문화교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3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한반도는 38선에 가로막혀 있어 사실상 섬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는 밖으로 나가 활로를 찾아야 한다. 미국 LA로 이주한 한인들은 헝그리 정신으로 타운을 만들었다. 이제 베이징과 모스크바에 제2의 LA 한인타운을 건설할 시점이다. 남북교류는 그런 점에서 좋은 기회다. 남북교류의 시작은 문화가 될 것이다. 남북문화교류협회 고문을 맡고 있는 점을 활용해 남북교류는 보성이 선점하겠다는 생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보성은 북한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문화자산이 많다. 북한의 대표 종교라 할 수 있는 대종교 창시자인 나철 선생이 있고 이념 논쟁을 그린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이기도 하다. 군청에 남북교류협력단을 만들어 차분하게 추진하겠다.

김 군수의 정치력은 이미 빛을 발하고 있다. 인수위원회를 운영할때 전임 단체장을 겨냥해 감사를 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데 그는 감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안정적인 군정 운영이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해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포용적인 군정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미래를 보고 나아가는 행보는 벌써부터 성과를 예고하고 있다. 김 군수는 보성 발전을 견인할 대형 국책사업이 진행중이라고 운을 뗐다.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프로젝트가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귀띔했다. 폭넓은 인맥이 보성의 자산이 되도록 하겠다는 그의 말이 현실이 될 지 관심이다.

/보성=김용백 기자 kyb@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김철우 보성군수는



김철우(54) 보성군수는 나이에 비해 정치 경력이 풍부하다.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평민당에 입당해 지금까지 31년간 민주당을 지켜 의리와 뚝심의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1998년 제3대 보성군의원에 출마해 전국 최연소 당선이란 기록을 썼다. 이후 5대 보성군의원까지 내리 3선을 했고 5대에는 전·후반기 의장을 지낼 정도로 정치력을 입증했다.

이후에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0년 현직 군의장으로 민선 5기 보성군수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지만 재선에 도전하는 정종해 군수에 석패했다. 2014년 민선 6기 민주당 경선에는 아예 참여하지도 못했다. 예비후보 경선을 앞두고 40여일간 배낭을 메고 보성 곳곳을 돌아다니며 밑바닥 민심을 들었지만 민주당은 그를 배제하고 또 다시 현직 군수를 공천했다. 김 군수는 “지인들이 탈당을 권유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지만 당적을 버리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대신 중앙당 활동으로 눈을 돌려 부대변인,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역임했고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중앙 인맥을 쌓았다. 오랜 인고끝에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경선없이 민주당 공천을 받아 민선 7기 보성군수의 꿈을 이뤘다. 선거과정에서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행위를 일체 하지않아 ‘포지티브 선거’의 귀감이 됐다.



*민선 7기 주요 공약은



-대상포진 예방접종비 지원(만 50세 이상)

-노인 생활형(내 동네 가꾸기) 일자리 확대

-농산물 가격안정기금 조성 운영

-보성숲세상 100만 그루 나무심기

-득량만·여자만 바다 목장화사업 추진

-지역갈등 해소를 위한 공론화위원회 설치

-중·고교 신입생 무상 교복 지원

-보성 뻘배 중요 어업유산 지정 추진

-남북교류 선도(소설 태백산맥, 나철·채동선 선생 활용)

-보성·벌교읍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

-보성 관광택시 도입

-보성차밭 공원화 및 레저단지 조성

-득량만 해변 경관도로·전원주택단지 조성

-벌교읍 근대 문화유산거리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