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천모(75)씨는 낮최고 기온 34도를 찍었던 지난 25일 장사를 위해 길을 나섰다. 생계만은 스스로 돈 벌어 꾸려야 겠다는 결심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숨이 턱 막히고 현기증을 일으키게 하는 뙤약볕도 그의 길을 막아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이 결혼도 않고 홀로 살아온 고단한 생의 마지막이 됐다. 오후 2시 5분께 광주시 서구 양동시장 인근 횡단보도에서 양동시장쪽으로 길을 건너던 25t트레일러에 뒷바퀴에 치여 숨진 것이다.

천씨는 10여년 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혼자 살아왔다. 두 달전 서구 광천동에 살 집을 구했지만, 이전까지는 집이 없어 빈집과 폐가 등을 전전했다. 노숙이나 다름 없는 생활을 해왔다.

천씨는 관절염 등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했지만 조그마한 손수레에 땅콩 등 견과류를 담아 양동시장에서 팔면서 겨우 생계를 유지했다.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이 있었지만 오래 전 연락을 끊고 지냈다. 경찰이 수소문 끝에 남동생을 찾아내 천씨의 장례는 동생이 치뤄주기로 했다.

천씨가 숨진 날 광주시 북구의 한 원룸에서는 70대 남성이 숨져있는 것을 옆 집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이 남성은 옷을 벗고 있었으며, 바람이 통하도록 현관문을 조금 열어둔 상태였다.

지난 24일 오후에도 북구에서 60대 여성이 자택 의자에 앉아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는 선풍기가 켜져 있었으나, 창문 등이 모두 닫혀 있어 실내온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모두 폭염이 직접적 사인은 아니지만, 최근 연일 지속하는 무더위에 건강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특히 광주(지난 4월 기준)에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이 무려 780명에 달해 관심이 절실하다. 이들은 더위를 피할 새 없어 생계를 위해 도로에서 리어카를 끌고 있다.

이처럼 취약계층이 폭염에 고통받고 있어 얼음, 생수 등을 제공하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폭염에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이달 들어 광주·전남에 온열질환자가 152명이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취약계층이나 노약자들이다.

2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시작된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신고된 온열환자는 광주 46명, 전남 132명으로 총 178명이다. 전국적으로는 1644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해 1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허탁 전남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는 “노인 등 취약 계층은 하루 중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는 야외 작업을 피해야 한다”며 “특히 노인 뿐 아니라 심장질환·당뇨·피부질환·갑상선 질환자와 고혈압·감기약을 복용하는 환자들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