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과 멕시코 경기를 앞둔 지난 23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의 한 치킨전문점은 밤 11시가 넘어가자 하나 둘 손님들이 모여들었다. 각 테이블마다 TV가 설치돼 있고 매장 가운데 대형스크린까지 설치돼 있어 축구경기를 보기 좋은 구조다. 이 때문인지 오전 일찍이 예약을 해둔 손님들도 있었고, 자정이 되면서는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가게가 붐볐다.

이 치킨집 사장은 “지난 스웨던전 때는 ‘월드컵 특수’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 멕시코전은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며 “테이블이 없어 손님을 돌려보내는 등 평소보다 매출이 3배는 더 늘었다”고 말했다.

광산구 수완동의 또 다른 호프집도 기대치 않고 있던 월드컵 특수에 매출을 끌어 올렸다. 대형TV와 스크린이 설치돼 있어 프로야구 팬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23일 저녁 KIA타이거즈 경기부터 24일 새벽 멕시코전까지 이어지면서 하루종일 손님들로 북적였다. 모처럼만에 호황이라는 게 호프집 사장의 설명이다.

‘썰렁한 월드컵’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 대표팀은 멕시코전에서도 패배를 기록했지만 지역 외식업계와 편의점 등은 ‘깜짝 특수’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던전과 달리 주말 야간시간에 경기가 열렸던 게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술을 마시며 새벽경기를 즐겨도 출근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충장로와 상무지구, 수완지구 등 광주지역 주요 상권과 야식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편의점과 외식업계에 따르면 편의점CU(씨유)는 멕시코전이 열린 23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주요 상품의 매출이 전주 대비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와 소주가 전주보다 2.5배 이상 매출이 늘었고 냉장 즉석식과 육가공류, 마른 안주류 매출도 1.3배가량 증가했다.

GS25 역시 같은 기간 전국 점포에서 맥주(287%), 마른 안주류(169%), 간편 먹거리(107%), 냉동식품(87.6%) 아이스크림(82.6%), 생수(49.3%) 등 주요 상품 매출이 전주 대비 최대 2배 이상 늘었다. 세븐일레븐도 맥주(100%), 냉장식품(61.5%), 냉동식품(79.2%) 안주류(67%), 스낵 과자류(62%) 등의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3.4% 증가했다.

야식의 대표 메뉴이자 축구경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인 ‘치킨’도 매출이 크게 뛰었다.

지역 토종 프랜차이즈 ‘네고치킨’은 광주지역 가맹점들의 23일 매출이 평균 70~100% 상당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 역시 매출이 평소 주말 판매보다 70% 늘었다.

광주지역 외식업계 관계자는 “스웨덴전 패배로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지역 업계도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지 않았던 분위기였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응원을 가 관심이 높아진데다,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중요 경기가 주말에 잡히면서 깜짝 매출상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박기웅 기자 pbox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