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창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 코치 “선수들의 신뢰가 지도자 최고의 성적”
2024년 05월 06일(월) 08:30

국가대표 장애인 양궁 이해창 코치. <세계 양궁 연맹 제공>

장애인 양궁은 W1(가장 중한 장애를 가진 그룹), W2 (휠체어), VI1, VI2, VI3(이상 시각장애) 등으로 등급이 나뉜다. W1은 근육 감퇴의 정도가 가장 높은 선수들이 받게 되는 등급인데, 특히 경추 손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선수는 신체의 체온조절을 담당하는 기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훈련 또는 경기중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선수들에게 발생하는 문제가 생명과 직결돼 있는 만큼 이들과 함께하는 장애인 양궁 지도자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을 지도하며 그들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주고 있는 이해창 지도자에게 장애인 양궁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물었다.

-비장애인 선수와 장애인 선수 지도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비장애인 선수만 보았을 때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인데, 장애인 선수를 지도하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다. 바로 몸통(코어)의 사용이다. 대한민국 장애인 양궁 선수들은 척수 장애 및 소아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휠체어에 앉아 활을 쏘는 선수들이 많다. 다리, 허리 심하게는 가슴 바로 밑과 팔, 손까지 마비가 온 선수도 있다. 활을 들고, 당기며 슈팅할 때까지 몸통(코어) 사용에 제한이 있어, 이 부분을 참고하며 지도법을 연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어깨 및 팔꿈치, 손목 등 상체 관절에 더욱 부담이 가해지기에 부상에 대하여 적극 대비해야 한다.

-선수단 합숙 등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선발전이 모두 끝나면 국가대표를 선발하여 장애인 국가대표 이천 선수촌에 입촌하게 된다. 이천 선수촌은 진천의 비장애인 선수촌과 다르게 전 종목 장애인 선수 모두가 생활 및 훈련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구축되어 있다. 입촌 기간 중 전지훈련 계획을 잡는다면, 새로운 장소보다는 사전에 정보를 얻어 확신할 수 있는 곳이나 훈련 및 시합 경험이 있는 등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곳으로 합숙 장소를 선정한다. 그 지역의 숙소,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 구조를 가장 먼저 확인하고, 또한 숙소와 양궁장까지의 이동 수단과 경기장의 상태, 휴식 공간, 화장실 등도 확인한다.

-지도자로서 훈련시 중점을 두는 부분.

▲대한민국 장애인 양궁 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45세 정도다. 아무래도 신체적으로 무리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장애의 정도와 상태가 선수마다 다르기에, 섬세하게 체크 후 지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소아마비일 경우에도 왼 다리와 오른 다리의 근력 차이, 휠체어나 스탠딩 의자와 근육의 길이 등 각자의 차이점을 내가 인지하고 있는 것이 지도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장애와 상관없이 선수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동료 지도자들과 이를 공유하여 질 높은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훈련 외에 일상생활에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촌 같은 경우 방, 화장실, 웨이트장 등 모든 시설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선수들에게 최적화되어 있지만, 선수촌 아닌 외부 장소에서는 발목 높이의 작은 턱도 넘어가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식당이나 카페를 방문하거나 영화관 등에 가서 문화생활을 하려면, 먼저 그곳의 지형지물을 반드시 알아놓아야 한다. 입구에 오르막 판이 설치되어 있는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너비가 확보되는지,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주차 공간이 있는지 등이다. 장애인 선수 혼자 외부 활동을 하려면 여러 방면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나와 같은 지도자(동반자)가 있으면 활동의 폭이 더욱 넓어지기 때문에 훈련이 없는 날이나 외출을 하는 선수가 있다면 선수가 부담 갖지 않는 선에서 동행하려고 한다.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뿌듯한 순간은?

▲전 세계의 선수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국제 대회에 나가 평소 연마했던 기술이 성공적으로 나오거나, 성적이 좋으면 더할 것 없이 뿌듯하다. 메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수와 일상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 선수가 나를 신뢰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게 지도자로서 최고의 성적이라 생각한다.

-2024 파리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마음가짐

▲아시아권이 아닌 전 세계가 모이는 대회이기에 ‘양보는 없다’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내가 먼저 냉정해져야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생각하며 빈틈없이 준비하고 있다. 선수와 지도자는 동일한 목표를 지니고 있어야 생각한다. 4년에 대한 피와 땀이 가장 큰 무대에서 결정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려 한다.

/도혜수 대학생 기자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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