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재 윤두서의 학문과 그림
2018년 06월 18일(월) 00:00 가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요즘 사람들은 정말로 책을 읽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안 읽기로 유명하다. OECD에 가입된 30여 개 국가 중에서도 한국은 독서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이미 소문이 나 있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책을 읽지 않다 보니 지식이 너무 부족해 과거의 역사나 인물에 대하여 모르고 지내기 십상이다.
추사 김정희는 그의 학문이 너무 높아 당대의 학자 다산 정약용에 버금가는 정도였지만, 일반인들은 추사 하면 ‘추사체’라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라고만 알고 지낸다. 다산 정약용은 그래도 많이 알려진 분이지만, 그가 실학자라고만 알고 있지 ‘위대한 시인’이어서 2500수가 넘는 방대한 시집을 남긴 분이고, 고대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위대한 음악 이론가였다는 사실들은 까맣게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호남의 큰 학자로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1668∼1715)가 있다. 해남 윤씨 가문의 후예로 바로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인데, 다산 정약용의 외증조부로 조금 알려진 분이다.(아마도 공재의 유전자가 다산에게 전해졌으리라) 공재의 손녀가 바로 다산의 어머니 해남 윤씨였으니 외가 증조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다산은 자기 집안도 기호지방 남인의 명문가였는데, 자신의 글 곳곳에서 자신의 외가인 해남 윤씨가 호남의 명문 남인가였음을 아주 자랑스럽게 기술했는데, 거기에는 고산이라는 인물이 있고, 그에 못지않은 학자가 바로 공재 윤두서라면서 그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은 경우가 매우 많았다.
공재는 우리도 알고 있는 분이다. 다만 그는 조선 3재라 해서 겸재·현재·공재의 3대(大) 화가로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공재는 그의 아들 낙서 윤덕희(尹德熙)와 그의 손자 청고 윤용(尹溶)과 함께 3대(三代) 화가로도 크게 알려졌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역시 지식이 짧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다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재의 그림 솜씨는 특출했는데 특히 인물화에 뛰어났지만,(그의 자화상은 국보로서 이미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런 솜씨는 여기(餘技)에 지나지 않고 성현(聖賢)의 자질을 지닌 뛰어난 학자였다는 것이다.
“공재께서는 성현의 자질을 타고나시고 호걸의 뜻을 지니셨기에 저작하신 것(일본 지도)에 이런 종류가 많습니다. 애석하게도 시대를 잘못 만났고 수명(48세)까지 짧으시어 끝내 벼슬도 못하고 세상을 마치셨습니다. 내외(內外) 자손 중에서 그분의 피를 한 점이라도 얻은 자라면 반드시 뛰어난 기상을 지니고 있을 터인데 역시 불행한 시대를 맞아(남인이 몰락한 시대) 번창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운명이 아니겠습니까? 그분이 남긴 원고와 글씨 중에는 후세에 알려질 만한 것들이 많을 텐데, 안방 다락에 깊이 숨겨진 채 쥐가 갉아 먹고 좀이 슬어도 구제해 낼 사람이 없으니 또한 슬픈 일이 아니겠습니까?”(중형 약전에게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공재에 대한 사모의 정이 얼마나 간절한 다산의 편지인가. 그러면서 다산은 당대의 석학들인 성호 이익, 그의 형들인 서산 이잠, 옥동 이서 등의 뛰어난 학자들을 비롯해서 공재와 그의 형 현파 윤흥서(尹興緖:1662∼1733)등이 힘을 합쳐 조선 후기의 경학(經學)과 실학(實學)의 선구적인 업적을 이룩한 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재는 화가로서만이 아닌 뛰어난 학자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학자에 대하여 학문적 업적이나 그의 사상과 철학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점은 모두 후학들의 잘못이 아닐 수 없다.
근래에 미술사가들의 노력으로 공재의 일생에 대한 글이 많이 책으로 간행되었다. 책을 읽지 않는 악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고산·공재·추사 등에 대하여도 제대로 알아 가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책을 읽어서 정확하고 분명하게 그들의 삶과 사상을 이해할 마음을 지녀야 한다. 공재는 아들 복이 많아 아홉 명의 뛰어난 아들을 두었다. 큰 아들이 덕희(德熙), 그 다섯째가 덕렬(德烈)이니, 바로 다산의 외조부였다.
옛날의 역사나 인물에 대하여 알지 못해도, 돈만 많고 권력만 높으면 잘났다고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래도 인간의 품격을 지니고 살아가려면 옛날의 역사나 인물에 대하여 대강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독서를 하라고 권장해 마지않는다. 그래야 교양 있는 사람대접을 받게 된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추사 김정희는 그의 학문이 너무 높아 당대의 학자 다산 정약용에 버금가는 정도였지만, 일반인들은 추사 하면 ‘추사체’라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라고만 알고 지낸다. 다산 정약용은 그래도 많이 알려진 분이지만, 그가 실학자라고만 알고 있지 ‘위대한 시인’이어서 2500수가 넘는 방대한 시집을 남긴 분이고, 고대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위대한 음악 이론가였다는 사실들은 까맣게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공재에 대한 사모의 정이 얼마나 간절한 다산의 편지인가. 그러면서 다산은 당대의 석학들인 성호 이익, 그의 형들인 서산 이잠, 옥동 이서 등의 뛰어난 학자들을 비롯해서 공재와 그의 형 현파 윤흥서(尹興緖:1662∼1733)등이 힘을 합쳐 조선 후기의 경학(經學)과 실학(實學)의 선구적인 업적을 이룩한 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재는 화가로서만이 아닌 뛰어난 학자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학자에 대하여 학문적 업적이나 그의 사상과 철학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점은 모두 후학들의 잘못이 아닐 수 없다.
근래에 미술사가들의 노력으로 공재의 일생에 대한 글이 많이 책으로 간행되었다. 책을 읽지 않는 악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고산·공재·추사 등에 대하여도 제대로 알아 가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책을 읽어서 정확하고 분명하게 그들의 삶과 사상을 이해할 마음을 지녀야 한다. 공재는 아들 복이 많아 아홉 명의 뛰어난 아들을 두었다. 큰 아들이 덕희(德熙), 그 다섯째가 덕렬(德烈)이니, 바로 다산의 외조부였다.
옛날의 역사나 인물에 대하여 알지 못해도, 돈만 많고 권력만 높으면 잘났다고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래도 인간의 품격을 지니고 살아가려면 옛날의 역사나 인물에 대하여 대강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독서를 하라고 권장해 마지않는다. 그래야 교양 있는 사람대접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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