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책의 해, 무슨 책 읽어?
2018년 04월 09일(월) 00:00 가가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오래 전 우리 동네에 ‘책문화공간’을 만들면서, 천여 권의 책을 그곳으로 보냈다.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사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없는 살림을 쪼개어 한 권 한 권 마련한, 어여쁜 나의 책들이었다. 책에 내려앉은 먼지만큼이나 쌓인 추억과 삶의 흔적들 때문에 책과 이별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마을의 서재를 함께 만들면서 책과 이별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허기졌던 내 마음의 웅덩이가 채워졌음을 느꼈다. 꽉 채운 작은 집에 햇살과 바람을 불러들여 가족들도 좋아했으니 훌륭한 선택이었다.
이 일을 통해 나는 여백의 중요성을 배웠다. 내 것으로 다 채우지 않는 것, 누군가 참여할 여지를 남겨 두는 일은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책문화공간의 한쪽 벽을 ‘우리 동네 책꽂이’로 분양한 것이다. 한 칸에 스무 권 정도의 책이 들어가는 서가를 동네 분들이 채워 나갔다. 그것은 예전에 미처 몰랐던 마을 사람들의 재발견이었다. 고양이를 사랑한 여중생의 책꽂이, 노무사로 일하는 동네 아저씨의 반전 매력 역사책들, 극단의 배우가 사랑한 희곡집들처럼 특별하고 소소한 책들로 공간이 빛났다.
“당신이 오늘 읽은 책을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그리스인 조르바’ 흉내를 내 가며 이분들을 이야기 손님으로 모셔 그들이 사랑한 책 이야기를 들었다.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 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작가 헤르만 헤세의 노래처럼 우리 동네는 그렇게 책으로 서로의 친구가 되었다.
정부가 2018년을 ‘책의 해’로 선포했다. 1993년 ‘책의 해’ 이후 25년 만이다. 그리고 함께 읽는 책의 해 표어로 ‘무슨 책 읽어?’ 라고 다정하게 묻는다. 책의 해가 따로 있진 않지만 그 상징 속엔 독서 생태계의 위기를 감지하고, 함께 책을 읽음으로써 함께 만들어 나갈 미래에 대한 꿈이 담겨 있다.
25년 동안 대통령은 여섯 번 바뀌고 1인당 국민 소득은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독서율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국민 독서 실태 조사를 보면 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은 59.5%로, 성인 독서율 조사 이래 처음으로 60% 아래로 떨어졌다. 성인 10명 가운데 4∼5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는 것이다. 1994년 첫 조사 때는 86.8%였다고 하니 그 사이 독서 환경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자신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떨어지고 있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에 쏟는 시간이 2시간 20분인 반면 책을 읽는 시간은 20분도 안 된다는 통계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날마다 이슈에 댓글을 달고 항의하고 분노하는 동안 언어는 점점 거칠어지고 내면은 황폐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이른바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마샤 메데이로스)이 많아지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인생의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 자기 내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라고.
역대 최저 독서율과 함께 책을 살리자는 움직임이 책의 해를 맞아 여기저기서 준비되고 있다. ‘누구나 책, 어디나 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책의 해 행사들이 독자들에게 책 읽는 기쁨을 안겨 주었으면 좋겠다.“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묻고 답하는 사이 당신의 일상에 다시 책을 펼치는 순간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책 읽기는 선언이나 명령으로 이뤄질 수 없는 영역이고, 특별한 날 이벤트가 아니듯, 일상의 문화로 스며들어야 함은 물론이다. 책과 삶이 서로를 아름답게 빚어 가는 생활 문화의 새로운 시작, 그것이 ‘책의 해’가 갖는 진짜 의미일 것이다.
커피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종이책 지참 고객에게 소정의 할인 혜택을 준다니 그것도 누려 보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책 읽는 사진을 찍고 책에 대한 느낌 한 줄 말하는 ‘위드북(With Book) 캠페인’에 참여해 무료 음료권이나 기념품도 받고, “무슨 책 읽어?” 해시태그를 달고 지인들과 릴레이로 책 이야기를 이어 가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책과 관련된 영상을 올리는 ‘나도 북튜버’, 캠핑의 즐거움과 책 읽기를 엮은 ‘북캠핑’, 독서 동아리들의 개성을 뽐내고 정보를 나누는 ‘북클럽 리그’, 찾아가는 이동 서점 ‘북트럭’, 전국 심야 책방의 날, 책 읽는 가족 한마당, 직장에서 10분 책 읽기 등은 친구들과 함께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그저 펼치는 것만으로 어디든 데려다 주는 건 책밖에 없지 않니?” 소설 속 문장처럼 책을 읽으면서 우리들이 살아갈 세계 또한 크고 깊게 확장되기를 꿈꿔 본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25년 동안 대통령은 여섯 번 바뀌고 1인당 국민 소득은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독서율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국민 독서 실태 조사를 보면 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은 59.5%로, 성인 독서율 조사 이래 처음으로 60% 아래로 떨어졌다. 성인 10명 가운데 4∼5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는 것이다. 1994년 첫 조사 때는 86.8%였다고 하니 그 사이 독서 환경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자신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떨어지고 있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에 쏟는 시간이 2시간 20분인 반면 책을 읽는 시간은 20분도 안 된다는 통계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날마다 이슈에 댓글을 달고 항의하고 분노하는 동안 언어는 점점 거칠어지고 내면은 황폐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이른바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마샤 메데이로스)이 많아지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인생의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 자기 내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라고.
역대 최저 독서율과 함께 책을 살리자는 움직임이 책의 해를 맞아 여기저기서 준비되고 있다. ‘누구나 책, 어디나 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책의 해 행사들이 독자들에게 책 읽는 기쁨을 안겨 주었으면 좋겠다.“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묻고 답하는 사이 당신의 일상에 다시 책을 펼치는 순간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책 읽기는 선언이나 명령으로 이뤄질 수 없는 영역이고, 특별한 날 이벤트가 아니듯, 일상의 문화로 스며들어야 함은 물론이다. 책과 삶이 서로를 아름답게 빚어 가는 생활 문화의 새로운 시작, 그것이 ‘책의 해’가 갖는 진짜 의미일 것이다.
커피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종이책 지참 고객에게 소정의 할인 혜택을 준다니 그것도 누려 보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책 읽는 사진을 찍고 책에 대한 느낌 한 줄 말하는 ‘위드북(With Book) 캠페인’에 참여해 무료 음료권이나 기념품도 받고, “무슨 책 읽어?” 해시태그를 달고 지인들과 릴레이로 책 이야기를 이어 가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책과 관련된 영상을 올리는 ‘나도 북튜버’, 캠핑의 즐거움과 책 읽기를 엮은 ‘북캠핑’, 독서 동아리들의 개성을 뽐내고 정보를 나누는 ‘북클럽 리그’, 찾아가는 이동 서점 ‘북트럭’, 전국 심야 책방의 날, 책 읽는 가족 한마당, 직장에서 10분 책 읽기 등은 친구들과 함께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그저 펼치는 것만으로 어디든 데려다 주는 건 책밖에 없지 않니?” 소설 속 문장처럼 책을 읽으면서 우리들이 살아갈 세계 또한 크고 깊게 확장되기를 꿈꿔 본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